시중은행, 적정 금리 수준 놓고 막판 고민 거듭
5년 간 5000만원 목표 달성 위해 최소 기본금리 5~6% 돼야
단기 역마진 리스크 불가피···향후 기준금리 추이 따라 부담 가중 여부 결정
"금리는 온전히 은행이 책임져야 할 부분···리스크 크다 보니 조정 여지 있는지 눈치 보는 분위기"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오는 12일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는 청년도약계좌 금리가 최종 결정되는 가운데 적정 금리 수준을 놓고 시중은행들이 막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5년 간 5000만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 기본금리가 연 5~6%는 돼야 하는데 시장금리를 고려하지 않는 고금리 적금 상품 출시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단기적으로 역마진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기준금리 추이에 따라 시중은행 부담 가중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SC제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 등 12개 은행은 조만간 공시를 통해 상품 금리를 제시할 예정이다. 취급기관별로 오는 8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1차적으로 공시할 계획이다.
최종금리는 나흘 뒤인 12일 공시된다.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권은 1차 공시 이후 금리 산정의 적정성과 여론 반응 등을 따져 최종 금리 공시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가입자가 매월 40만∼70만원을 적금 계좌에 납입하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 기여금을 매칭 지원하고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15.4%)을 부여한다. 만기는 5년이다. 가입 후 3년 간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에 적용되는 금리는 취급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산정한다. 문제는 금리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 운영 사전 점검회의에서 취급기관과 관계기관에 필요한 사항을 당부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형성이라는 청년도약계좌 취지의 구현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청년도약계좌 운영에서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 미래세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중은행권은 정부가 제시한 5000만원 목돈 만들기 달성을 위해서는 기본 금리가 연 5.5~6% 이상은 돼야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 당부대로 청년도약계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해당 상품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잇따라 동결되면서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 금리는 2~3%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결됐다는 시장의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 속에서 고금리 적금 상품 출시에 대한 부담이 은행 입장에서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중은행들이 단기 역마진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 변동 추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부담 가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의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역마진 구조를 비교적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겠지만 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려가면 더 큰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적용 이율은 은행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며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나 최근 금리상황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크다 보니 조정 여지가 있는지 눈치 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