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바이틀 신임 대표 올 9월 임기 시작···BMW 추격 부담
벤츠 7년간 1위 자리 수성했는데 올해 BMW에게 역전 당해···4월 누적기준 2800대 차
전임 벤츠 사장들 한국 공로 인정받아 본사 중역 승진···1위 자리 뺏길 경우 바이틀 대표 행보 차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가 올해 새 수장을 맡은 가운데 실적 부담이 크다. 최근 BMW코리아 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7년간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했는데, 올해에는 BMW 맹추격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벤츠코리아가 역전 당하게 될 경우 향후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벤츠코리아 판매는 2만1128대로 BMW코리아(2만3970대)에 2800대 차이로 뒤처지며 역전 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벤츠코리아 판매는 2만5964대, BMW는 2만4701대로 벤츠가 앞선 바 있다.

앞서 BMW는 2019년 대규모 화재사태 이후로 판매가 급감했으나, 2021년부터 빠르게 기세를 올리면서 벤츠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BMW와 벤츠 판매량은 약 3만4000대 수준까지 벌어졌으나, 2020년엔 1만8000여대, 2021년엔 1만여대, 2022년엔 2000여대 수준까지 바짝 쫓아왔다.

이어 올해에는 벤츠를 추월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아직 하반기 판매가 남아있기 때문에 1위 자리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BMW가 최근 들어 꾸준히 월 6000대 수준을 판매하고 있어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올 하반기에는 BMW 주력 모델인 5시리즈 완전변경(풀체인지) 출시가 예정돼 있어 판도가 바뀔 수 있다. 5시리즈 1995년 국내 출시 이후 지금까지 25만대 가까이 판매했으며, 한국은 5시리즈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에 BMW는 지난 2020년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 출시 당시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벤츠도 E클래스 풀체인지 출시를 준비 중이나, 시점이 내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BMW 우위가 점쳐진다.

이에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 어깨가 무겁다.

앞서 언급했듯 벤츠코리아는 지난 7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는데, 신임 대표를 맡자마자 1위를 뺏긴다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벤츠코리아 전임 대표들이 한국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임기를 마치고 본사 중역으로 승진했는데, BMW에게 밀리게 된다면 향후 바이틀 대표 행보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전 사장은 임기동안 판매량을 두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공로를 인정받아 추후 벤츠 승용 부문 마케팅&세일즈 총괄 및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 AG 이사직에 올랐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은 2015년부터 벤츠코리아를 맡아 이듬해인 2016년 BMW 제치고 회사를 수입차 1위 자리에 올려놨다. 이후에도 임기를 마치기 전인 2020년까지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추후 벤츠 북미법인 마케팅 및 영업 책임자 겸 미국 법인 CEO로 승진했다.

바로 이전 대표인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지난해 벤츠코리아 사상 최대 판매를 달성했으며, 올해 독일 본사 제품 관리 및 판매 총괄로 승진하며 자리를 옮겼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판매 4위를 차지하고 있어 브랜드 내에서 입지가 탄탄하다”라며 “벤츠코리아 사장이 요직으로 가는 등용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글로벌 본사 임원들 사이에서 탐내는 자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동안에는 벤츠가 승승장구하며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 BMW가 빠르게 치고 나오고 있어 신임 대표 입장에선 압박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츠코리아 측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상국 벤츠 세일즈 부문 총괄 부사장은 올해 기자간담회에서 “판매량 비교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라며 “진정한 격차는 고객 만족 부분이며, 앞으로도 이 점에 대해 예민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벤츠는 올해 단순 판매량보다는 전기차, 럭셔리 등 고수익 모델을 중심으로 ‘알짜 장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벤츠는 EQE SUV, EQS SUV 등 새 전동화 라인업을 추가하고 EQ브랜드를 강화해 전기차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실제로 올해 1~4월 벤츠 전기차 판매는 2170대로 BMW(1509대)를 앞질러 나가고 있다. 테슬라(1417대)를 포함해도 수입 전기차 1위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또한 S클래스 등 억대 고가 차 판매에서 BMW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1~4월 1억원 이상 차량 판매는 벤츠가 8771대, BMW가 5604대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