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 7조1729억원···전월比 약 600억원 증가
4개월 만에 증가폭 가장 커
“고금리·고물가 영향···카드대금 상환 어려움 겪는 소비자 늘어”

7개 전업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7개 전업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업계의 결제성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이월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의 리볼빙 서비스 설명의무 강화 조치로 연초에는 증가 흐름이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잔액이 늘어나면서 리볼빙 관련 건전성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4월 말 기준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17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조1141억원) 대비 588억원 늘어난 규모이며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올해 들어 리볼빙 이월잔액은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감소세로 접어든 바 있다. 앞서 1월과 2월에는 각각 전월 대비 73억원, 198억원 소폭 증가에 그치며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이를 보였다. 이후 3월에는 리볼빙 이월잔액이 2월(7조2893억원)보다 1752억원 급감한 7조114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리볼빙 이월잔액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해 11월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올초 리볼빙 잔액 증가세가 꺾인 것도 소비자 설명 의무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리볼빙 이월잔액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삼성카드의 지난달 리볼빙 이월잔액은 1조3027억원으로 3월 1조2718억원에서 309억원(2.4%)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역시 각각 한달 새 212억원, 246억원 등 200억원대의 증가폭을 나타냈으며 현대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가 전월 대비 리볼빙 이월잔액이 늘었다.

주춤했던 리볼빙 이월잔액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이어지면서 결제 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카드 이용자를 중심으로 급전 수요가 다시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리볼빙 설명의무 강화 조치 이후 리볼빙 이월잔액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이 계속되면서 결제대금 상환이 어려워진 카드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볼빙 잔액이 다시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취약차주 중심의 연체 발생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일정 비율의 카드대금을 내면 나머지 잔액은 연체 없이 이월돼 나중에 갚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결제대금을 연체 없이 상환 연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균 17%대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탓에 연체를 피하려다 외려 이자 부담이 가중될 위험이 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 이월잔액이 늘어난다는 건 당장 결제 대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인 카드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리볼빙이 다시 증가세를 지속하면 그에 따른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월잔액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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