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신탁 1분기 영업익 전년比 94% 급감
한국토지신탁, 이익창출력 저하로 신용도 하락
중고 건설사 대상 책임준공 다수···부실 위험 높아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3대 신탁사의 실적이 나란히 악화됐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신탁사들도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시공사들이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로 부실 위험이 높은 만큼 재무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359억원 대비 94% 급감한 것이다. 실적이 악화된 건 지난해 연간 매출의 56%를 차지했던 자산관리수익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자산관리수익은 112억원으로 전년 동기(398억원) 대비 72% 가량 감소했다.

부동산 신탁업계 1위를 다투던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도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토지신탁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35억원) 대비 67% 감소한 4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자산신탁은 389억원에서 325억원으로 17% 줄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매출 역시 쪼그라들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 1분기 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66.6% 감소했다. 한국토지신탁은 413억원으로 6.3% 줄었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24% 증가한 729억원의 매출을 거둬 3사 중에선 선방했다. 유가증권관련이익, 이자수익, 기타영업수익 등이 개선된 덕분이다.

신탁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건 부동산 침체 여파로 풀이된다. 부동산 신탁사들은 지난 2016년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상품을 출시한 이후 공격적으로 해당 사업을 확대해왔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비를 조달하고 신탁사는 정해진 시공사가 끝까지 공사를 완수하도록 책임지는 관리형 토지신탁의 한 방식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책임준공형 사업은 전체 개발 규모의 70.5%(약 62조원)를 차지한다.

책임준공형은 신탁사가 공사 완수의 책임을 지기 때문에 분양 시장과 시공사의 영향을 받게 된다. 신탁사는 미분양이 나거나 시공사가 공사 중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채무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마무리 짓는다. 부동산 호황기엔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시기엔 문제가 된다. 미분양 위험 등으로 공사를 포기하는 시공사가 늘어나면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신탁사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인상으로 신규 분양과 사업이 줄어들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익창출력이 저하하면서 신용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시장지배력이 약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저하됨에 따라 신탁계정대여금이 재차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충당금 적립 수준이 경쟁업체 대비 미흡한 점을 감안할 때 유사시 대손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시공사는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다. 시공사 부실위험이 상승해 부동산 신탁사의 재무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책임준공형 사업을 맡는 시공사는 통상 시공능력평가 50위 바깥에서 700위 내 건설사다”며 “대형 건설사가 시공·분양하는 사업장보다 단지 규모가 작고 주로 지방에 있어 수요층도 얇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미분양이 나는 상황에서 중소 건설사 이름을 내건 단지의 분양 성적표는 더 처참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신탁사는 책인준공을 이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