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내달 1-20일 경제적 이익 제공 의사·의료기관명 제출···복지부, 내년 전면 공개 
제약업계 “의사 실명 공개 부작용 크다”···복지부, 공개 여부 검토 중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출보고서 실태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달 20일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지출보고서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의사와 의료기관 명을 기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어 내년으로 예상되는 지출보고서 공개 시 의사 실명도 공개될 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6월 1일부터 2023년 의약품·의료기기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업체, 의료기기업체 등이다. 심평원은 업체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1만3000여개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제약사는 오는 6월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다. 의약품 유통업체의 경우 7월 1일부터 20일까지 기한이다. 

조사 내용은 2022년 지출보고서 작성 현황이다. 핵심은 의료인과 약사, 한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제공된 경제적 이익이다. 이익 종류는 견본품 제공과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이다. 

이같은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는 제약사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 2018년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도입됐던 지출보고서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출보고서 제도 도입 이후 제약사나 유통업체는 내부 교육까지 진행하며 준비했는데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언제 이슈가 될 지 주목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이번 제출이 내년으로 예상되는 보고서 전면 공개에 줄 여파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대로 지출보고서 핵심은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이다.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이익을 투명하게 기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을’ 위치를 점유한 제약사나 유통업체가 전문의약품 처방권이나 공급권을 가진 ‘갑’인 의사들 분위기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경제적 이익이라고 하더라도 의사 실명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해당 의사 입장에서 부담”이라며 “실명 공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전망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당장 실태조사 이후만 봐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는 업계 지적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없는 경제적 이익이라고 해도 B의원 원장의 이익 수령 규모가 많고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C씨 수령 규모가 적다고 가정할 때 누구는 많아서 의심을 받고 누구는 적어서 의심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태조사이기 때문에 의사 1인당 평균 경제적 이익 수령 규모를 계산할 경우 이같은 분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같은 업무를 진행하는 실무자 모임이 활발하지만 각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규모는 극비사항이다. D제약사 직원은 “전체 매출과 병원 매출 비중 규모가 엇비슷한 E제약사의 이익 제공 규모가 큰 반면 F제약사는 이익 규모가 적다고 가정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의혹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제약사의 성실신고나 부실신고 여부를 유사한 매출의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실태조사에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G제약사 관계자는 “실명 공개 부작용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예를 들어 임상시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복수 임상에 참여한 의사가 많은 이익을 수령한 의료인에 오를 수도 있다”며 “이름 공개에 민감한 일부 의사는 아예 제약사와 접촉 자체를 거부하거나 극소수는 음성 자금을 받으면 실명 공개를 피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주변에서는 실명 공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며 “의사 실명 공개가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합법적 이익이지만 공개되면 환자들이 의사를 어떻게 생각할 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에 이어 내년 이후로 예정된 지출보고서 전면 공개에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의사 실명 공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지출보고서에 기재된 의사 실명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공개 여부가 확정되면 이를 어떤 식으로 규정할 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출보고서 대외공표 시점은 복지부 장관이 결정하게 된다. 복지부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법령 등을 준비하면 일러야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결국 그동안 제약업계가 우려했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의사 실명 공개 여부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일정 시간 이후 확정될 전망이다. 제약업계가 제기하는 실명 공개 부작용에 의료계가 향후 얼마나 동조할 지도 관심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단순 논리로 의사 실명 공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명 공개 시 부작용은 당초 예상보다 많을 수 있어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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