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서 오히려 ‘찬성’하는 모습에 눈길
개인 의료정보 관련 우려와 암 등 중증의 경우 오히려 환자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들어 윤석열 정부 하에서 추진 중인 ‘실손보험 간소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각종 종이서류를 떼야 했는데요. 이제 해당 과정을 간소화해서 별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전산이 넘어가게 해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편리함이 클 것 같은 해당 제도가 왜 논란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돈을 지급해야 할 보험사들이 오히려 해당 법에 찬성하는 모습일까요?
우선 첫번째 논란 포인트는 환자 개인정보와 관련한 것입니다. 각자마다의 의료정보는 누군가에게 알리기 싫어하는 사적인 정보인데요. 실손보험 간소화를 실시하게 되면 의료 데이터들이 보험사와 병원 간 중계기관으로 넘어가 축적되게 됩니다.
해당정보가 유출되면 심각하다는 것은 당연히 불 보듯 뻔하겠죠? 다들 제대로 관리하겠다고들 하지만 온갖 전문적인 기관에서도 정보유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늘 그랬듯 중계기관들은 고개 숙여 사과하겠지만 미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돼 있지 않고, 이미 의료정보가 나가버린 다음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란 우려입니다.
두 번째 논란 포인트는 소액 실손보험 청구야 간편해질 수 있지만 암 등 가볍지 않은 질병과 관련해선 오히려 청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 역시 첫 번째 말씀드린 환자 개인정보와 연관이 되는데요. 보험사가 집적된 환자정보를 바탕으로 고액 및 비급여 환자들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요. 사실 실손 보험이라는 것이 중증일 경우를 대비하는 성격이 큰 데, 이런 부분에서 지급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면 환자에게 유리하다고 하기는 어렵겠죠?
수 년간 도입이 되지 않았던 실손보험 간소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는 모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는데요. 현재 나오는 이야기들을 잘 종합해서 제도를 도입할지 말지, 한다면 지금 거론되는 부작용 우려들을 모두 해소시킬 장치들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환자들 입에서 “차라리 서류 몇 장 떼면 됐던 그 때가 그립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