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불구 대출 돌려막기 목적 현금서비스 이용
'DSR 규제 밖' 현금서비스, 중·저신용자 비중 커 부실 위험 우려
연체율까지 오르면서 다중채무자 부담 상승···추이 분석 및 선제적 대응 필요
잠재적으로 연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까지 감안해 대책 마련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주요 전업 카드사 현금서비스 잔액이 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 2월 이후 수요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빌린 대출을 돌려막기하고자 현금서비스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서비스는 중·저신용자 비중이 커 부실 위험이 비교적 높은 만큼 다중채무자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 연체율까지 오르면서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카드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7개 주요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달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1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6조1789억원) 대비 약 50억원 가량이 증가했다. 지난 1월 6조2260억원이던 현금서비스 잔액은 지난 2월 6조951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 3월부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금서비스는 카드 이용자가 별도 대출심사 없이 이용한도 내에서 자금을 빌리는 단기 카드대출 서비스다. 대출 기한은 1~2개월로 짧지만 법정 최고금리(20%)에 가까운 금리를 물어야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금리는 연 17.45~18.41%에 육박한다.
지난달 연간 누적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16조7602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1502억원 늘어났다. 이용자가 현금서비스로 1000만원 이내의 금액을 빌린다고 가정해도 4조원 이상의 이용액이 몰린 만큼 현실에서 현금서비스를 향한 사회적 수요는 매우 많은 셈이다.
현금서비스는 총부재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카드론에서도 제한되는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DSR이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현재 카드론에 적용된 DSR 규제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연 소득의 50%(제2금융권 기준)를 넘을 수 없다.
고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금서비스 대출 잔액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상환능력으로 평가되는 차주의 연소득에 맞춰 대출규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DSR 규제가 고금리 상품인 현금서비스 증가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올해 1분기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은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6개 전업카드사 모두 1%를 돌파했다. 카드사 연체율이 1%대를 기록한 것이 코로나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1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88%에서 올해 1분기 1.37%로 0.49%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카드도 1분기 연체율이 전년 동기(1,0%)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1.1%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도 연체율이 지난해 1분기 0.97%에서 올해 1분기 1.18%로 0.21%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카드는 2019년 3분기(1.40%) 이후, KB국민카드는 2020년 1분기(1.24%) 이후, 삼성카드는 2020년 2분기(1.2%) 이후 연체율이 가장 높다.
카드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우선적으로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추이를 살펴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에는 다중채무자들이 몰려있어 시한폭탄의 뇌관으로 불리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재위험이 현실화되느냐, 아니면 잠재위험으로 남느냐 여부는 각 카드사 리스크 관리 방안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2002년 카드 대출 부실 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에 따른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는 차주들은 당장 돈이 없는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연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연체로 악화하면 카드사들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