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리스크 경고 이미 지속해서 제기 돼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 유념해야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으레 언급되는 법칙이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대형 사고가 단순한 우연으로 발생하는 결과가 아닌 인과 관계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데서 이 법칙이 주는 의미는 크다. 

이번 CFD(차액결제거래)발 연쇄 폭락 사태 역시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동안 CFD의 위험성은 업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실제 소유하지 않고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2.5배까지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상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CFD의 리스크가 커지기 시작한 지점으로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를 지목하고 있다. CFD는 전문투자자(개인 및 법인)만 거래가 가능한데, 지난 2019년 11월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대폭 낮췄다.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기존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CFD에 가입할 수 있는 허들이 크게 낮아졌고 CFD 시장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2921명이던 개인 전문투자자는 자격요건 완화 이후 급증세를 보여 지난 3월 말 2만9257명을 기록했다. CFD 가입자 역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해마다 2~3배 속도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증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증시 급락 시 반대매매가 대거 나올 경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금융당국은 CFD를 통해 10배 레버리지가 가능했던 것을 2.5배로 낮추는 제도 보완에 나섰지만 여전히 증시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위험 징후들도 수차례 나왔었다. 2019년 8월 초 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우려와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인해 폭락할 때 레버리지가 높았던 CFD 반대매매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20년 코로나19발 증시 급락 때에도 CFD 반대매매가 시장 낙폭을 더욱 키운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종목에서 시작해 시장 전체가 출렁이게 했던 사례도 있다. 2021년 초 미국 증시를 흔든 ‘빌 황’ 사태가 대표적으로, 그의 회사인 아케고스캐피털이 총수익스와프(TRS)와 CFD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일부 종목 주가가 하락하면서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이는 연쇄적인 매도세를 불러일으켰고 해당 종목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아케고스캐피털의 증거금 지불 능력이 떨어지자 아케고스에 TRS와 CFD 계약을 맺고 돈을 빌려준 크레디트스위스까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CFD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인 지금도 CFD는 여전히 뇌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신대양제지와 디와이피엔에프에서 하한가가 발생했는데 업계에서는 CFD 반대매매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해당 종목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CFD 탓에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또다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CFD의 투명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할 때 공매도나 신용융자 비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CFD의 거래 규모나 잔고, 반대매매 비율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CFD를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야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신용융자, 주식담보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 

CFD 시장의 긍정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규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가 1건의 대형 사고가 아니라 대형 사고 이전의 여러 징후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침 금융당국에서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제대로 된 손질로 CFD와 관련된 리스크는 이번으로 끝이 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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