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여력 부족한 이들이 증여세 부담에 가족 간 직거래
세 부담에 분양권 거래 증가 한계 전망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예년 대비 대폭 증가했다. 지난달 7일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거래요건을 대폭 완화한 영향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늘었지만 거래건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세금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양권 거래건수가 증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은 총 51건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건이 거래된 것에 견주어보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규제로 묶여있던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의 1년 거래량인 17건과 비교해도 정확히 3배 많다. 게다가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건수는 앞으로 소폭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건수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이 꼽힌다.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라 지난달 7일부터 공공택지나 규제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제외한 서울 전역의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은 1년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7일 이전에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단지 가운데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곳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스카이L65와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등에서 특히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이처럼 거래가 급증했는데도 앞으로 새 아파트를 받게 되는 분양권 가격이 인근의 구축 시세보다도 낮게 형성돼 거래된 경우가 다수라는 점이다. 일례로 롯데캐슬 스카이L65 전용 84㎡는 9억63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달 초에는 웃돈이 거의 붙지 않은 상태인 10억원에 손바뀜이 이루어졌다.
지난달 거래된 건수를 분석해보면 절반 이상이 공인중개업소를 끼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직접 거래를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체 거래건수 51건 가운데 27건이 직거래였다. 특히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에서는 1,2단지를 통틀어 14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13건이 직거래였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한다는 점에 미루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직거래 비중이 높고, 시세보다 낮은 값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유로 양도세 부담을 꼽는다. 현재 청약 당첨일로부터 1년 이내에 분양권을 매도할 경우 시세차익의 77%, 2년 이내에 팔면 66%를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로 내야 한다. 잔금을 치룰 여력은 안되는 수분양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족 간 거래로 직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청량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일 경우 시세와 거래가의 차액이 30%를 넘어서는 경우 증여세 대상이 되다 보니 해당 범위 내에서 직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가격으로 봤을 때 대부분이 정상 거래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양권 거래건수가 시장에 유의미한 정도로 늘어날 수는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했을 땐 거래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던 2016년 6월 송파구 헬리오시티 한 곳 단지에서의 분양권 거래만도 63건으로, 서울 전역 한 달 분양권 거래건수보다 많았단 점에 비교해보면 아직 활발하다고 해석하기엔 이르다. 게다가 분양권 양도세율은 여전히 높고 실거주 제한도 남아있는 만큼 매도, 매수 환경이 좋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 갑자기 분양권 거래가 늘어난 건 거래가 묶여있다가 매도가 급한 이들이 특수거래로 팔아서일 뿐”이라며 “일반적인 거래가 거의 없다보니 분양권 거래가 가장 많았던 2016년 수준까지 거래가 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