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수익 및 배당 증가, 오너 일가 배당금 확대로 이어져
HD현대·LX홀딩스, 사명·CI 변경···경영승계 재원으로 활용 우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대기업집단의 지주사가 계열사나 자회사 등으로부터 받고 있는 상표권 사용료 거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여전하다. 내부거래로 총수 및 재벌 일가의 배불리기에만 활용되고 있다며 상표권 사용료 책정 및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익편취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상표권 보유와 상표권 사용료 거래 사례 분석’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지주사나 지주사격인 특정 기업은 계열사 및 자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록 중이다. SK와 LG, 롯데,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단 최근 들어 사명이나 CI 변경 등을 실시해 새 상표권을 출원하고, 이를 근거로 사용료를 받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어 재계에 ‘부적절한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경영승계 과정을 밟고 있는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이같은 변화가 나타나면서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코로나19 이후 새 CI를 도입하고 신규 상표권을 지주사가 보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HD현대와 LX홀딩스 등은 계열사와 자회사로부터 상표권 수수료를 받게 됐는데, 두 곳 모두 경영승계가 급한 곳들”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는 지난해 기업명을 바꾸며 CI도 함께 바꿨다. 이 과정에서 상표권 소유권이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조선해양 등 6개 공동에서 HD현대 단독으로 바뀌었다. 상표권 공동 소유 시기 지주사가 받던 상표권 수입은 40억원 수준이었지만, 단독 소유로 바뀐 올해부터는 6배 수준인 약 250억원을 받는다.
상표권 수수료의 증가로 지주사 HD현대의 수익 및 배당도 늘어난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26.6%를 보유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2대 주주는 5.26%를 가진 장남 정기선 HD현대 사장이다.
향후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정기선 사장이 상속·증여받을 경우 납부할 세금은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표권 수수료를 통해 받는 늘어난 배당금은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 중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LG로부터 2021년 계열분리한 LX도 상황은 비슷하다. LX의 지주사인 LX홀딩스는 그동안 상표권 수수료를 받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걷기로 했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LX홀딩스가 올해 받을 상표권 사용료는 약 500억원으로 예상된다.
LX 관계자는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 등 6개 계열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홀딩스에 내기로 했다”며 “지난해까지 LX 브랜드를 무상으로 사용·제공했지만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하며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를 사용료로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올해부터 시작된 상표권 사용료 수취가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엠디아이 부사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밑그림으로 보기도 한다. LX홀딩스 보유 지분은 최대 주주인 구본준 회장이 19.99%, 구형모 부사장은 11.92%다. 상표권 수수료를 통한 실적향상에 배당금이 늘어나면 경영승계에 대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HD현대와 LX홀딩스의 배당성향은 경제계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라며 “상표권 수수료를 통한 지주사의 실적증가의 최대 수혜자는 총수 일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영승계를 위한 밑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이나 뒷말이 나오는 대표적 이유”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