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도 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요청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여부가 한 달 뒤 결정된다. 해당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시에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잠·삼·대·청’(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 여부를 한 달 앞두고 해당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서울시에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중 규제로 구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해줄 것을 적극 요구하는 것이다.

다만 지난달 초 이미 서울 내 타 자치구 토지거래허가제 연장이 결정됐고, 올 상반기 들어 주택 거래량 증가와 함께 강남 집값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사실상 한 해 더 연장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압·여·목·성’은 재건축 단지만 규제, ‘잠·삼·대·청’은 동 전체 규제···형평성 어긋나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 15일 내달 22일로 만료되는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줄 것을 시에 요청했다. 이어 21일에는 같은 시기에 묶인 잠실동의 관할구청인 송파구청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견을 제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시장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투기를 막고 건전한 부동산 거래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지역에선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된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한 것이다.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은 집값이 고점을 향해 치솟던 지난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들 지역은 옛 한전 부지인 현대차 GBC 개발, 잠실 MICE(국제업무·스포츠·엔터테인먼트·전시컨벤션),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투기 목적의 주택구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 총 14.4㎢는 만 3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라 거래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관할 자치구청에서는 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연장했는데, 네 곳은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 재건축 단지만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반면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은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단지까지 포함된 전역을 묶은 만큼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수요 왜곡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내놓고 있다. 송파구는 잠실동의 거래가 자유롭지 않다 보니 잠실동 인근에 위치한 가락동 헬리오시티가 풍선효과를 누리며 거래가 급증, 토지거래허가제가 수요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부터 이달 20일까지 50일 간 헬리오시티의 거래량은 41건인 반면, 잠실동 대장주인 엘스의 거래량은 15건에 그친다. 게다가 올 1월 영등포구, 양천구, 성동구 등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것과 달리 송파구와 강남구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지 못했고,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과도한 이중 규제를 받으면서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승세 송파구가 주도하는데···의견 반영될까 관심

하지만 최근 강남과 잠실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점을 보면 서울시가 송파구와 강남구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5월 둘째주 0.08% 상승에서 0.11%로, 강남구는 0.01%에서 0.10% 상승으로 오름폭을 대폭 키웠다. 특히 송파구는 일부 단지에서 상승거래가 이뤄지는 등 4월 둘째주(0.02%) 이후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값 안정화 입장이 완강하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자신의 대표 역점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2.0(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최근 이 사업을 전담할 별도의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 수변 개발이 핵심인 이 사업은 업계에서 오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승부수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부동산 시장의 투기수요가 몰렸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의 추후 행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압·여·목·성도 지난달 연장이 결정된 상황에서 잠·삼·대·청만 해제할 명분도 분명하지 않다”며 “특히 이달 들어 서울 내에서도 서초구, 강남구 등 강남권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급반등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시장 안정화에 더욱 중점을 두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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