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바이오파마, 유효성 입증 못해 HL036 임상 실패···전략 연내 확정, 경우의 수 3가지 예상
유유제약, 펩타이드 활용 ‘YP-P10’ 임상 결과 내달 공개···작년 연구개발비용 급증 공통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두 번째 임상 3상을 사실상 실패했다. 유유제약은 임상 2상 결과를 다음 달 공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최근 공개한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 ‘HL036’의 미국 임상 3상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1차 평가지표인 각막중앙부손상개선과 안구건조감지수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사실상 임상 실패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반면 2차 평가지표인 눈물분비량 검사(셔머테스트)에서는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같은 임상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면 실패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눈물분비량 검사를 통과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1차 평가지표에 미달한 것은 실패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올 관계자도 이번 임상을 실패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임상을 들여다보면 260명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1차 유효성 평가지표로 중앙부각막염색지수(CCSS)와 안구건조감지수(EDS)가 설정됐다. HL036 투여군은 두 지표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HL036의 각막중앙부손상 개선 효과는 -0.84로 위약군 –0.81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안구건조감지수 역시 HL036 투여군은 -16.9로 위약군 –19.79과 엇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올은 첫 번째 임상 3상에서 각막 하단을 주 평가지표로 설정했는데 이번 두 번째 임상 3상에서는 각막 가운데 부분으로 변경하는 등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올바이오파마가 실시한 첫 번째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였던 하부각막염색지수(SCSS)가 2차 임상에서는 중앙부각막염색지수(CCSS)로 변경된 것이 파악된다.  

쉽게 설명하면 한올바이오파마가 1차에 이어 이번 2차 임상에서 실패한 이유는 HL036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올은 공시를 통해 “임상의 1차평가지표는 각막중앙부손상과 안구건조감지수에 대한 개선 효과가 베이스라인 대비 8주차에 위약과 비교해 우월함을 검증하고자 했지만 임상 결과, 두 지표 모두 통계적 유의치에 달성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유효성은 입증하지 못했지만 한올은 2차 평가지표 중 하나인 눈물분비량 검사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p<0.001)를 나타냈으며 10mm 이상 개선을 보인 환자 반응률(HL036 15%, 위약 4%)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초기 8주 동안 투약 후 발생된 전체 안과 관련 이상 사례는 HL036 투약 군에서 약 6.9%(9건), 위약군 투약군에서 8.4%(11건) 환자에서 발생했고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증이라는 한올측 설명이다. 

이에 한올바이오파마는 임상 결과 분석을 통해 다음 개발 전략을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향후 3가지 경우의 수가 예상된다. 우선 같은 신약후보물질 HL036을 놓고 세 번쨰 임상 3상을 추진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핵심은 임상설계다. 한올은 임상시험 설계를 새롭게 해서 유효성 입증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차 임상을 설계할 때 1차 평가지표를 수정했듯이 지표를 새롭게 구성해 임상 3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신약후보물질로 다시 임상 1상에 진입하며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내부 검토를 거쳐 전격적으로 신약 개발을 유보하거나 포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하다 포기한 국내 업체들이 있는데 한올은 현재로선 포기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과 관련, 최근 한올바이오파마와 유유제약이 비교되기도 한다. 두 제약사 공통점은 연간 연구개발비용이 지난해 급증한 것이다. 한올과 유유가 각각 미국에서 진행한 안구건조증약 임상시험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유제약이 개발을 진행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 ‘YP-P10’은 합성 펩타이드를 활용한 신약이다. YP-P10은 전임상시험 CFS(각막염색검사) 점수 측정 결과, 각막 손상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이 확인됐다. YP-P10과 안구건조증 치료 경쟁성분인 ‘리피테그라스트’, ‘싸이클로스포린’, ‘디쿠아포솔’, ‘히알루론산’을 비교한 결과, 리피테그라스트 대비 12%, 싸이클로스포린 대비 7%, 히알루론산 대비 9% 우수한 효능을 나타냈다. 디쿠아포솔과는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 단, YP-P10과 ‘탄파너셉트’의 비교 결과는 없었다. 탄파너셉트는 HL036의 주요 성분명이다. 

유유제약은 YP-P10 임상 2상을 미국 내 7개 병원에서 240명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현재 임상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이에 다음 달 결과 공개가 유력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유유제약 임상 결과가 공개돼야 확실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실패가 많았던 다른 제약사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반대 사례가 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이번 한올바이오파마 임상 3상 실패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이 어느 정도 어려운 작업인지 증명했다는 지적이다. 미련이 남은 한올의 차후 행보와 유유제약의 공개 내용이 주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 유수 제약사들도 실패를 경험한 것이 안구건조증 치료제인 만큼 국내 제약사들도 실망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56억 달러수준으로 전망돼 제약사들 도전은 차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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