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시설 없어
원안위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 기본계획 수립 및 의결
삼척시 원안위 상대 행정소송 각하···법원 기본계획 의결 ‘처분성 부정’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될 때까지 원전부지에 임시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기본계획은 행정청 내부 절차에 불과해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지난달 28일 삼척시와 시민 1166명이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 무효확인소송’을 각하판결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7월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근거해 ‘2028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2035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53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제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12월 원자력위원회는 ‘기존의 해당 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시설을 설치해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돼 가동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2차 고준위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원고들은 2차 고준위 기본계획 의결에 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며 무효와 취소를 구하는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이 사건 기본계획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이 정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아닌 일반 사용후핵연료를 법적 근거가 없는 시설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계획 수립의 법적 근거가 없는 점 ▲산업부장관은 임시저장시설의 설치 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없고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시설 관리를 규제할 권한도 없는 점 ▲기본계획은 시설의 부지를 확정하고 있음에도 부지선정절차에서 요구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작성되지 않았고, 주민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는 점 ▲부지선정을 위해 필요한 이익형량절차가 누락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기본계획과 의결이 행정처분이라는 원고들의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무효등확인, 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사건 의결 등은 처분에 해당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본계획은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방사성폐기물법이 정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기본정책, 관리시설의 부지선정 등 시설계획 등의 기본방향을 밝히고 있다”며 “이는 행정기관 내부에서 사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의결은 이 사건 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서 거쳐야 할 행정청 내부의 절차에 불과함으로, 이 사건 의결 역시 국민의 의무에 직접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 사건 기본계획에 근거해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을 의결한 바 있어 사실상의 처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후에 발생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기본계획 내지 의결이 국민의 의무·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지난 19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고준위방폐물은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은 폐기물로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후핵연료가 대부분이다. 원자력안전법은 열 발생량이 2㎾/㎥,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농도가 4000Bq/g 이상인 것을 고준위방폐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없다. 각 원전에서 임시저장시설을 구축해 이를 보관 중이다. 한빛 원전의 경우 2030년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