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임원 횡령 배임 혐의 이슈로 거래 정지
계열사 이아이디도 거래정지 됐다 풀려
주가 수 배 올랐다 급락···개인 순매수 많아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이화그룹 계열사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주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차전지 테마 열풍에 힘입어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주가가 주저앉은 데다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 이슈에 주식 거래정지까지 겹친 까닭이다.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며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전날 오후 이화전기에 이날 오후 6시까지 전·현직 임원 등의 횡령·배임혐의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화전기의 주식 거래는 조회공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된 상태다. 이아이디 역시 해당 이슈로 거래가 정지됐지만 장중 조회 공시 답변이 나오면서 이날 오후 거래가 재개됐다.
이화전기는 최근 2차전지 사업 기대감에 힘입어 큰 폭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이었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이화전기는 배터리셀 제조업체와 협력해 배터리팩 제조·판매를 계획한다는 점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올해 3월 20일만 하더라도 416원까지 내렸던 주가는 한 달만인 지난달 21일 장중 2480원까지 6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아이디 역시 2차전지 사업 확대가 조명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휴대폰 힌지 모듈 개발 및 제조업체인 이아이디는 리튬 광산 프로젝트 참여 이슈에 두 달 만에 4.8배 급등했다. 이아이디는 최근까지 네바다 리튬 광산 프로젝트 검증 작업·실사를 위한 보증금 납입을 완료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나오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이슈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게 됐다. 이날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총괄 사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가공급여 명목으로 비자금 114억원을 조성한 혐의, 2015~1017년 증권을 저가매수한 뒤 허위공시 등으로 고가 매도해 부당이득을 124억원 상당 취득한 혐의, 이로 인해 회사에 18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주주들은 오버행 이슈 탓에 고민이 커졌던 상황이었다. 이화전기의 경우 2021년 메리츠증권에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부가 풀렸다. 메리츠증권이 이 중 160억원어치(2649만67주)를 행사해 이달 4일과 8일, 9일, 10일에 걸쳐 전량 매도했고 나머지는 콜옵션을 행사해 이화전기에 넘겼다.
여기에 이화전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110억원어치 전환사채(CB)와 220억원어치 BW를 보유하고 있던 컨설팅사 센트럴타임즈가 이들 중 일부를 지난달 중 투자조합과 개인투자자에게 쪼개 판매했다. 센트럴타임즈가 매각한 CB와 BW가 행사될 시 주식 수는 3734만9865주로 상장 주식 수 대비 18% 수준이다. BW와 CB 물량 부담에 이화전기 주가는 지난달 24일 2480원을 기록한 이후 급락세를 보였고 이달 10일 770원까지 떨어졌다.
이아이디 역시 오버행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아이디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주식 관련 사채를 발행해 210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최근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게 매각되면서 대량 매물 출회 우려가 부각됐다. 이아이디 주가 역시 지난달 20일 장중 3860원을 기록한 이후 급락하며 이날 종가 기준 1155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특히 거래정지가 풀린 이날 하한가를 기록하며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화전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달에만 266억원어치의 이화전기 주식을 사들였다. 이아이디도 개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컸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이아이디 주식을 1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편 이아이디는 이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당사의 대표이사인 김성규 대표에 대해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체납처분면탈에 관한 조세범처벌법위반, 특정가중범죄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현재 구속영장청구가 발부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구속영장 청구서상 당사와 관련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으로 기재된 금액은 약 8억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