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전업 카드사 중 4개 카드사만 참여
“카드사 제휴 페이 서비스 및 앱카드 운영 활발”
“오픈페이 상대적으로 매력도 떨어져”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말 카드업계가 빅테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오픈페이가 시장에서 좀처럼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참여 카드사들도 8개 카드사 중 절반에 불과해 반쪽 서비스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 간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오픈페이)’에 참여하고 있는 카드사는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4개사다.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중 절반만 참여한 상태다.
오픈페이는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 앱으로 카드사 구분 없이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카드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사별로 앱을 각각 다운받아야 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자 카드업계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오픈페이 서비스를 개시하며 승부수를 내걸었다. 카드사 앱의 폐쇄적인 구조를 개선해 하나의 앱으로 다른 카드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부가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방성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반년이 다 돼가는 시점임에도 올해 2월에 합류한 롯데카드의 뒤를 잇는 추가 참여사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당초 비씨카드는 올해 3월 중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도입 시기를 2분기로 연기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현재 오픈페이 연동 테스트 진행 중에 있으며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입 시기를 미뤘다”며 “늦어도 다음달 중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오픈페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정확한 도입 시기는 미정인 상태다. 대략적으로는 연내 도입을 목표로 오픈페이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지난해 오픈페이 서비스 개시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오픈페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도입 이후 진행 과정 등을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라며 “현재는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단계이며 확정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사들 사이에서 오픈페이 참여를 두고 온도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카드사별로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 제휴나 앱카드 결제 시스템 운영이 이뤄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사용도 활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로서 삼성페이와 밀접하게 제휴된 삼성카드와 애플페이의 유일한 국내 제휴사인 현대카드의 경우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결제 시장 내 영향력이 큰 까닭에 오픈페이에 참여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리카드는 오픈페이 서비스 도입 이전에 자체 결제망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자체 결제망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픈페이에 참여해봤자 현재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 업무를 맡기고 있는 비씨카드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독자 결제망 구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페이 서비스 제휴를 맺거나 앱카드 결제 시스템을 탑재해 운영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사용도 활발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픈페이를 도입하더라도 새롭게 고객을 끌어모으는 유인이 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