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상반기 노사협의회 잠정중단 선언
협력적 노선 걸었던 노조···"이례적 행보"
신한, 하나은행에 순익 밀려···갈등 계속될까

서울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 / 사진=신한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그간 협력적 관계를 이어온 신한은행의 노사에 이상 기류가 느껴진다. 노조가 최근 열린 상반기 노사협의회 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사측이 신한은행의 실적이 3위로 내려앉은 것을 근거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노조가 반발한 것이다. 일각에선 신한은행의 실적 순위가 계속 밀리면 노사 관계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조는 최근 블라인드 글을 통해 상반기 노사협의회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노조 글에 따르면 사측 교섭위원이 술에 취한 얼굴로 늦은 시간에 나타나 "하나은행보다 못한 3등 은행 직원인 주제에 복지와 대우를 논하는 게 적합한지 모르겠다"라고 언급했다. 노조는 이에 크게 반발해 교섭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노사협의회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협의체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대로 운영된다. 임금을 제외한 노동자의 복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노조가 협의체 구성을 원하면 사측은 이에 응해야 한다. 시중은행은 보통 분기마다 노사협의회를 연다. 이번 신한은행 노사협의회도 노조가 조합원 복지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신한은행 노조의 행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한은행 노사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대체적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이러한 운동 노선을 통해 직원 복지 혜택을 많이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중은행 가운데 직원들에게 정보통신(IT) 기기 지원금을 최초로 제공한 것도 신한은행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신한은행 노조가 그간 사측과 별다른 갈등 없이 직원 복지 혜택을 늘려왔기에 투쟁 노선을 걷던 다른 은행 노조는 운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까지 한 것으로 안다”라며 “그런 신한은행 노조가 사측에 강한 문제제기를 한 것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중은행 실적 경쟁에서 하나은행이 계속 신한은행을 앞서가면 신한은행의 노사 관계도 틀어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신한은행보다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2021년엔 하나은행이 희망퇴직금을 반영하지 않은 '일회성 요인' 때문이었지만, 지난해엔 별다른 특이 사항도 없었다. 올해 1분기도 하나은행이 신한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중은행 노사 관계는 투쟁보다는 '실용적' 노선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측과 갈등하는 것보다 적절히 타협해 직원들을 위한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최근 MZ세대(20·30세대)들은 노조가 사측과 싸우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에 사측과 협력적인 노선을 택하는 편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수월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시중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어떤 후보는 노조 투쟁기금을 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공약까지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 실용적인 노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몇 년간 시중은행은 역대 최대 실적을 매년 갈아치울 정도로 경영 사정이 좋았기에 협력 노선을 취해도 큰 문제가 없는데, 부진에 빠지면 실용적인 노선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그간 국민은행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게 유지해온 신한은행이 하나은행에 계속 추월당한다면 사측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실적 보단 건전성 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은행의 노사 관계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은행은 과도한 이자장사에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회적인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대형 시중은행의 과점 체계를 개선한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게다가 최근 대형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형 시중은행 모두 실적 확대보단 건전성 관리 중심으로 보수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의 경영 기조를 봤을 때는 실적 문제로 노사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라며 “더구나 하나은행이 지금처럼 계속 신한은행을 꺾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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