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독점권 배임’ 공소사실, 1심 사실인정 판단과 차이
변호인 “손해와 이득구조 상이···공소장변경 안 해 위법”
재판부도 검찰에 “심판 범위 특정하려면 입장 분명히 밝혀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5월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지원'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 사진=연합뉴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5월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지원'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과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공소장변경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변호인과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1심의 사실인정 판단이 상이하다며 검찰의 조속한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한기수·남우현 부장판사)는 9일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박 전 회장의 변호인은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전임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1심의 사실인정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검찰에 공소장변경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며 “현재까지도 검찰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있어 이 부분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언급한 내용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권과 관련된 공정거래법위반과 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다.

기소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회장과 경영진이 공모해 ‘게이트그룹이 금호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 인수하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1333억원에 저가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원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1심은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30년간 게이트그룹에 부여하는 것을 매개로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금호기업이 게이트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상당의 자금을 0% 금리로 지원받게 해 최소 50억원의 이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아시아나항공에 대응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검찰은 공소장변경 없이도 1심이 동일성을 인정해 유죄 판단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변호인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검찰 측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달라진 인정사실관계에 따르면 손해와 이익구조가 상이하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이 선행되어야하고 공소장변경없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는 게 박 전 회장 측 주장이다.

재판부도 “검찰이 공소장변경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심판범위를 특정할 수 있다”며 “판단 대상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변경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 중이다”며 “지휘하시는 내용을 신속하게 검토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공소장변경 관련 내용은 여러 쟁점 중 한가지일 뿐이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다투고 있다.

박 전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는 6월27일 시작된다. 이날 변호인 측 1시간, 검찰 측 30분의 PT가 있을 예정이다.

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3300억원 횡령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관련 배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 관련 배임 ▲계열사부당지원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021년 5월 기소됐다.

1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련의 범행이 금호그룹을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강변하나, 그 행위의 본질은 일부 계열회사들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피고인 개인의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겠다는 사익 추구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 직후 구속됐던 박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보석 신청이 인용돼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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