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이탈 막는 전략 ‘부재’ 지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이용자 수가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OTT 가운데 이용자수 감소세를 기록한 업체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왓챠를 제외하면 웨이브 뿐이다. 내년 기업공개(IPO)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와 해외 진출 본격화를 추진중이다.
9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웨이브의 월이용자수(MAU)는 380만205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433만3443명에서 12%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웨이브를 꺾고 토종 OTT 1위를 차지한 티빙은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MAU 490만9497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86만4803명에서 1년 새 27% 늘어난 수치다. 웨이브와 티빙의 MAU 차이는 지난달 기준 110만7440명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의 MAU는 모두 전년 대비 늘면서 각각 1173만2241명과 429만4050명, 181만454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왓챠의 MAU는 112만8263명에서 74만9228명으로 감소했다.
◇ SK그룹 구독서비스 결합 등 지원에도 역부족
웨이브는 SK그룹의 ICT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를 모회사로 뒀다. SK텔레콤의 구독서비스 ‘T우주’와 결합 등 SK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지만 이용자수 감소세를 보엿다.
여기에 웨이브는 앱 신규 설치건수 기준으로도 주요 OTT 중 하위권을 기록하며 경쟁 OTT와 이용자수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앱 신규 설치건수는 쿠팡플레이 48만8593건, 티빙 37만239건, 넷플릭스 28만4048건, 디즈니플러스 17만9477건, 웨이브 16만4461건, 왓챠 8만7704건 순이다.
웨이브는 이용자수 감소세 탓에 수익성도 악화한 상황이다. 웨이브 매출은 2019년 출범 이후 꾸준히 증가 중이지만, 지난해에만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는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전년(558억원)에서 두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내년 IPO 계획도 빨간불이 커졌다. 당초 웨이브는 올해까지 유료가입자 600만명 확보, 매출 5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내년 증시 상장에 나서 외부 투자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웨이브는 IPO 조건으로 2019년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조달했지만, 내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CB를 상환해야 한다.
◇ “OTT시장, 이커머스와 비슷해져···이용자 락인해야”
전문가들은 웨이브의 이용자수 감소세의 배경으로 타 플랫폼 대비 낮은 콘텐츠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결합 서비스 등 전략 부재를 꼽았다. 실제 쿠팡플레이는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자에게 무료 제공되는 방식과 ‘커머스와의 결합’을 강점으로 내세워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콘텐츠업계 전문가는 “현재 OTT 시장은 이커머스 시장과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산업 성장 속도가 늦춰지면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이 그랬듯 인수합병을 하거나 신규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기존 가입자를 락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웨이브는 그간 이같은 전략을 아무것도 활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콘텐츠로만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 전략은 시장이 활발할 땐 굉장히 좋지만, 기존 가입자들도 OTT 구독을 해지하거나 고가 상품에서 저가 상품으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이 많은 현재 상황엔 적합하지 않다. 이때 별다른 이점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빠르게 이탈할 수 있는 게 OTT 시장”이라며 “인수합병을 하거나 다른 결합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단순 콘텐츠만으로 승부해서는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웨이브가 사실상 SK텔레콤과 함께 하는 것밖에 없는데, 통신 결합 서비스만으로 이용자 이탈을 방어할 수 있는 효과는 다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웨이브는 올해 비용효율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집중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북미 등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지난달말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콘텐츠가 많지 않지만 타율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플랫폼과 제작사가 다루지 않는 소재, 스토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패키징하려고 한다”며 “당장 1~2년 내 흑자전환은 어렵고 더 길게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턴어라운드는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