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즈·WELT-I, 허가 후 급여 추진 현안 부상···심평원, 해외 사례 참고해 급여안 준비 
업계 “별도 급여 등재안 필요” 강조···허가 후 등재까지 기간 단축도 요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올 들어 디지털 치료기기 1호와 2호 허가가 잇달아 발표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정부가 준비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안만 쳐다보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현재도 임시수가를 받아 처방이 가능하지만 관련 시장에 안착하려면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제도권 내 진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에임메드의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국내 1호를 기록했다. 이어 4월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WELT-I’가 허가를 받은 상태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국내에서 잇달아 1호와 2호 허가를 받으며 디지털 헬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복수 업체들이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해왔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1호 허가는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졌다”라며 “두 달 사이 2개 품목허가가 있었고 이후에도 후속 허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을 치료, 관리 또는 예방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약물이나 장치, 기타 요법과 병행해 활용하면 치료 효과가 커지게 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앱을 설치해 쓰는 방식이 적지 않다. 이처럼 디지털 치료기기가 새로운 치료제 영역인만큼 식약처 허가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허가 이후 상황은 진전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에임메드와 WELT-I 급여 작업을 맡은 한독은 이후 절차에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우선 솜즈와 WELT-I는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로 허가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 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게 된다. 이어 심평원 등재 절차를 밟게 된다. 의약품과 차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대신 심평원에서 일괄적으로 등재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분류상 의료기기로 구분돼 허가를 받았을 뿐 의료기기도 아니고 의약품도 아닌 ‘디지털 치료기기’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는 별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기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는 다른 개념의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새로운 차원에서 건강보험 급여 등재 방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검토되는 방안이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해외 시스템을 참고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공보험이 보장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없다. 하지만 일부 주 메디케이드에서는 급여 등재돼 있다. 의사 처방을 받은 환자가 온라인 전문약국에 제출, 앱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독일의 경우 환자본인부담금이 책정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띈다. 일반적 플랫폼이나 제조업자 홈페이지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건강보험조합에서 받은 활성화 코드를 입력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에서는 두 개 앱이 허가를 받아 급여가 적용된다. 니코틴 중독 치료와 고혈압 관리다. 의사가 처방하면 환자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사용방법을 설명한다. 또 다른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 실정에 맞게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기존 의료기기 등재 절차의 큰 틀을 유지한 채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의 세부 절차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이 준비하는 급여안은 (가칭)‘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 가이드라인’으로 알려졌다. 심평원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와 NECA 신의료기술평가에 이어 심평원에서 등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현재 세부 절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완료 시점은 현재로선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1호와 2호를 포함한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방안이 완성돼 복지부가 발표하면 해당 업체들의 급여 등재 절차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벌써부터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수가를 거론하는데 일단 허가 후 급여 등재까지 기간을 최대한 단축했으면 한다”며 “정부도 그동안 적지 않은 연구를 했는데 업계 의견을 반영한 급여안을 준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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