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현대차 인증 중고차 사업 개시···KG모빌리티·토요타도 신규 참전
인증 중고차 통한 수익 뿐 아니라 보상 판매 통한 신차 구매 유도 핵심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른 자동차 기업들도 인증 중고차 사업에 새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경우 인증 중고차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증 중고차 사업은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만 진행했으나, 올해부터는 여러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개시한다. 앞서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위해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내 사업목적에 ‘금융상품판매대리 및 중개업’을 추가했다. 이어 기아도 같은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키며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밀 성능 검사 및 수리를 거쳐 인증된 중고차 차량만을 판매할 계획이다. 5년·10만㎞ 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도 올 하반기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5년·10만㎞ 내 자사 차량을 매입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까지 판매와 정비 조직 및 체제 등 사업 준비를 완료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토요타코리아도 올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토요타는 공식 수입한 5년 또는 10만㎞ 이내의 무사고 차량을 대상으로 총 191항목의 기술 및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에 한해 판매하기로 했다. 고객이 매각을 원할 경우에는 전문 컨설턴트 상담 후 평가사의 차량 진단을 통해 가격을 책정한다.
또 인증 중고차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엔진·동력 전달장치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 관련부품에 한해 1년 또는 2만㎞의 추가 연장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자동차 기업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며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진출로 인해 중고차 시장 판도는 크게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신차 점유율이 70% 수준에 달하는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날 등록된 국산 중고차 매물은 8만7692대이며 이 중 현대차가 3만2285대, 기아 3만738대, 제네시스 5236대 등 총 6만8259대로 77%를 차지한다. 수입차(4만1108대)를 포함해도 절반 이상이 현대차그룹 매물인 셈이다.
이처럼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차량 점유율이 압도적인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고객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중고차 시장 문제점으로 지목된 허위매물, 품질·가격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만들어 자사 고객 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중고차 매매 종사자 등 중고차 업계 모두에게 정보를 공개해 독점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포털에서는 중고차 성능, 상태, 적정가격, 가치 지수, 실거래 통계, 시세 추이, 판매 순위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고차를 매각하고 신차를 구매할 경우 보상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할인을 제공하는 신차·중고차 연동 방식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인증 중고차 시장을 노리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등 인증 중고차를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경우 대부분 중고차 보상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타던 차량을 중고로 매각하고, 신차를 구매하려고 할 때 인증 중고차를 이용하면 그만큼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단순 중고차 거래로 인한 수익 뿐 아니라, 신차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한편 업계에선 기업들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 후 기존 중고차 시장과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증 중고차의 경우 차량 검사 비용 등이 포함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고, 대부분 기업들이 5년·10만㎞내 차량만 취급하기 때문에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차량은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인증 중고차보단 가격이 저렴해 찾는 고객들이 있겠지만, 중고차 알짜 매물이 5년 또는 10만㎞ 차량들인데 이 시장을 뺏기면 경쟁력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