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올 1분기 영업이익 개선됐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줄어
인천공항 10년 면세 사업권 취득···롯데면세점 넘어설지가 관건

올해 호텔신라가 재도약에 방점을 찍고 신사업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올해 호텔신라가 재도약에 방점을 찍고 신사업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호텔신라가 ‘재도약’에 방점을 찍었다. 본업인 면세점은 물론 신사업 발굴로 실적 개선을 일구는 동시에 사업 모델을 재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취임 후 ‘선택과 집중’으로 여러 차례 승부사 모습을 보였던 이부진 사장이 예상대로 호텔신라를 반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면세부문 매출은 6065억원,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매출 4조3263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호텔신라는 면세점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98%나 올리며 대폭 개선한 모습을 보였지만, 매출은 같은 기간 38%나 줄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면세 부문의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작년에도 신라면세점은 매출이 전년 대비 1조원가량 높았지만, 영업이익이 대거 축소됐다. 이 사장도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업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송구하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철저히 고객 중심 사업 모델을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운영권을 따냈다. 경쟁사이자 면세점 1위인 롯데면세점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호텔신라는 경쟁이 치열했던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판매할 수 있는 DF3~4 구역,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1~2 구역을 차지했다. 이로써 호텔신라는 오는 7월부터 10년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됐다.

호텔신라 면세부문 실적 추이. / 자료=호텔신라, 표=정승아 디자이너
호텔신라 면세부문 실적 추이. / 자료=호텔신라, 표=정승아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국내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이번 입찰에서 탈락해 앞으로 10년동안 인천공항을 떠나게 돼 향후 면세점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 순위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이 빅4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공항의 상징성과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신라면세점이 롯데를 넘어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면세점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한 내실경영 노력의 결과”라면서 “시장 환경 개선을 통해 면세부문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다만 호텔신라의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5년 롯데백화점이 높은 금액에 사업권을 낙찰받은 뒤 중국 사드 보복의 여파로 관광객이 다수 빠져나가, 2018년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일부 매장을 자진 철수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 임차료 산정방식을 기존 정액제에서 객수당 산정으로 바꿨다. 즉 손님 수가 적으면 적게, 많으면 많이 내는 방식이다. 이로써 호텔신라는 사업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지만, 인천공항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임대료가 비례해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호텔신라는 현재 신사업으로 ‘뷰티’를 낙점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로레알그룹,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합작법인 로시안을 설립하고 같은해 11월 브랜드 시효를 론칭했다. 시효는 올 3월 말 서울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했다.

호텔신라가 신사업 뷰티에 집중하는 데는 면세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호텔신라는 면세,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급 화장품 수요가 많은 아시아 시장을 노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호텔신라는 과거 2011년 뷰티 편집숍 ‘스위트메이’를 열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스위트메이는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매장을 두고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일종의 CJ올리브영과 비슷한 편집숍이었다. 당시 호텔신라는 면세 사업을 통해 쌓은 바잉파워와 네트워크로 국내 화장품을 중국에 유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성과 부진으로 호텔신라 홍콩, 마카오 법인까지 적자로 돌아서자 결국 2017년 사업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 사장의 두 번째 뷰티 도전이 얼마나 성과를 볼지도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 사장의 뷰티 로시안은 사촌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시코르 등과의 직접적인 경쟁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를 비롯한 전 사업부문이 고른 실적을 보이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신라호텔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판매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고, 뷰티 부문은 로레알그룹이 맡고 있다”며 “뷰티 외 신사업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내부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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