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태 KDB생명 대표 취임
성공적인 인수·합병 여부 주목
콜옵션 행사 의지 강하나 자본 확충 수단 부재
콜옵션 이행 이전 인수자 찾기 어려울 듯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달 31일 취임한 임승태 KDB생명 신임 대표이사가 숙원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임 대표는 필수 과제로 매각을 위한 경영 정상화를 꼽았다. KDB생명은 다음달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매각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관리와 콜옵션 이행 등이 핵심 숙제로 떠오른 만큼 본격적인 매각 시점은 콜옵션 상환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매각을 진행중이다. 매각 재무자문은 한영회계법인, 계리와 법률은 밀리만과 법무법인 광장이 각각 맡았다. 앞서 KDB생명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올해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2분기 거래 종결을 목표로 한 바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KDB생명은 다음달 2억달러(216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을 앞뒀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 영구채라고도 불린다. 통상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BIS(자기자본비율) 계산 시 기본자본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금융사의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후순위채권으로 금리가 높은 편이며 콜옵션이 가능하다.
콜옵션이 포함된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의무는 없지만 시장에서 사실상 5년물로 취급된다. 통상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데 행사기일을 만기로 여긴다.
KDB생명은 상환 의지를 밝힌 상태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금 확충 수단이 부재하단 점이다. KDB생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총계는 6077억원으로 전년(8910억원) 대비 31.79% 줄었다. 이 중 신종자본증권은 2128억원가량으로 자산의 35%를 자본성 증권이 차지했다. 오는 5월 만기가 도래하는 2160억원을 조기상환할 경우 자본잠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는 지난해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었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KDB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차환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도 현실이 녹록지 않다. 다음달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7.5%인데 발행 당시 1.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3.5%까지 오르면서 차환할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도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 발행을 통한 차환을 결정할 경우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단 설명이다.
이처럼 KDB생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 콜옵션 대금을 감당해야 한단 점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콜옵션 대금 부담은 인수자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KDB생명 매각이 이런 상황 속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 동안 KDB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네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1월에는 JC파트너스가 매각을 위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으나 먼저 인수한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의 대주주가 될 자격을 상실했다. 이에 KDB산업은행이 JC파트너스와 주주간 계약을 해지하면서 KDB생명의 매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소송을 이어가는 만큼 KDB생명 인수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콜옵션 대금 이행 이전에 이를 부담할 인수자를 찾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지만 아직까지 나선 기업은 없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매각이 콜옵션 상환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장기간에 걸쳐 매각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는 콜옵션 이행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