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CFD 신규 매수 일시 중단
빚투 증시 및 종목 변동성 높이자 대응 나서
금감원도 레버리지 관리 강화 주문···당분간 비슷한 움직임 전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권사들이 신용·담보 대출에 이어 CFD(차액결제거래) 신규 거래를 막고 있어 주목된다.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에 시장 우려가 커진데다 최근 불거진 CFD발 대규모 하한가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이 같은 리스크 관리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전날 오후 6시부터 국내와 해외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 26일 국내·해외 CFD 계좌의 신규 매수·매도 주문을 중단한 것에 이어 다시금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다. 삼성증권은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이나 거래가 재개되면 다시 안내하겠다는 방침이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실제 소유하지 않고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을 말한다. CFD는 전문투자자(개인 및 법인)만 거래가 가능하며 투자자는 일정 증거금만 있으면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매수(long) 및 매도(short) 거래를 할 수 있다. 만일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반대 매매를 통해 계약이 강제로 청산된다.

일반적인 CFD 거래구조. 자료=한국투자증권.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일반적인 CFD 거래구조. 자료=한국투자증권.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CFD 거래 중단은 다른 증권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5월 1일부터 국내·해외 CFD 계좌에서의 전 종목 신규 매매를 중단키로 했다. 이밖에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문제가 된 삼천리, 선광, 다우데이타 등 급락 8개 종목에 한해서만 매매를 중단했다. 현재 CFD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증권사 13곳(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에서 다수의 증권사가 CFD 관련 조치에 나섰다.

이는 최근 대규모 하한가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선광과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등이 일제히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 배경에 CFD가 지목됐는데 특정 CFD 매도 물량(청산 혹은 반대매매)이 대거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이는 또 다른 투자자의 CFD나 신용·담보 물량의 반대매매를 불러 일으켜 매도세를 더욱 키웠다는 해석이 나왔다. 

증권사들은 CFD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도 손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B증권은 지난 25일부터 자기자본의 100%인 신용공여 한도 준수를 위해 증권담보대출 중단과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주식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대한 증권담보대출은 중단시켰고 신용융자 매매한도는 5억원으로 제한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지난 21일부터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중단했다.

다른 증권사들의 경우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6일부터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 7개 종목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에 포함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빚투 우려가 제기되는 종목에 한해 신용융자 거래를 제한했다. 

빚투에 대한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움직임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레버리지 관리 강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CEO(최고경영자)와의 만남을 통해 “신용융자, CFD 등과 관련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 등 증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투자 권유 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빚투가 올 들어 크게 늘고 있다. CFD 잔고 금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2000억원(52.2%) 증가했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26일 기준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1.8% 증가했다. 특히 코스닥 신용융자잔고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10조4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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