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비이자익 늘었지만 부실채권 매각 원인
불어나는 부실채권···'비용' 충당금 부담 커져

대구 옥산로 DGB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지방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 상승을 기록하며 JB금융지주를 꺾고 2위 자리를 재탈환했지만 향후 실적 전망은 어둡다. 1분기 순익이 늘어난 이유인 은행의 대출채권 매각 이익이 결국 자산건전성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건전성이 계속 악화되면 비용이 크게 늘 것이란 예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168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 늘었다. 이에 JB금융(1634억원)을 46억원 차이로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DGB금융은 지난 2021년부터 2년 연속 JB금융에 지방금융지주 순익 2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DGB금융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DGB생명이 꼽힌다. DGB생명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3.4% 급증한 306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지난해 전체 순익(212억원)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작년 DGB생명은 그룹의 큰 고민거리였다. 특히 자본건전성 지표가 법정 하한선 밑으로 크게 하락한 탓에 모기업인 DGB금융지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는 처지였다. 

DGB생명의 순익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올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제도(IFRS17)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과 비용 인식 방식이 바뀐 덕을 본 것이다. 더구나 IFRS17에서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의미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올해 3월 말 기준 약 7000억원인 것으로 파악돼 전망도 밝다. 1분기에 150억원의 CSM을 이익으로 인식한 만큼 올해 매 분기 150억~200억원 사이의 보험영업이익이 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DGB금융이 마냥 웃을 순 없을 것이란 평가다. 1분기 호실적의 또 다른 원인인 대구은행의 비이자이익이 실상은 자산건전성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익은 127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계속 늘어난 것이다. 이자이익은 소폭 줄었지만 비이자이익(292억원)이 같은 기간 74% 급증한 덕분이다. 

늘어난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은 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발생했다. 1분기 대출채권 매각이익은 12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매각이익(203억원)의 절반을 넘었다. 시장에 내다파는 대출채권은 부실에 따른 것이다. 은행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대출채권(고정이하여신) 중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것은 매각하거나 장부에서 삭제(상각)한다. 이를 통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부실채권이 늘어날수록 매각 규모도 커진다. 

올해 1분기 대구은행이 매각한 대출채권의 규모는 507억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규모 대비 72%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실채권을 상각한 규모도 245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처분했는데도 대구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1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으로 작년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규모 대출채권 처분이 없었으면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을 것이란 의미다. 

/자료=DG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산건전성이 계속 악화되면 대구은행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부실사태에 대비해 1분기에 대손충당금(683억원)을 대거 인식했다. 하지만 부실채권이 현재 추세로 계속 증가하면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대구은행이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하이투자증권도 여전히 걱정거리다. 하이투자증권 1분기 당기순익은 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크게 줄었다. 트레이딩 실절을 제외한 사업 부문 전체에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올해 나머지 기간도 전망이 어둡다. 특히 주력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실위험은 작년보다 올해 더 커지고 있어 부담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하반기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대손비용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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