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지원법 불이익·中 공장 장비 반입 우려 불식 한계
정부, 구체적·실질적 해법 마련 위해 미국과 협의 강화해야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강화 및 대북(對北) 확장억제 조치 등에 합의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공급망 협력 확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단 시각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최대 과제로 꼽은 정상회담 현안은 반도체지원법 독소 조항 해소였다.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대외비에 해당하는 예상 웨이퍼 수율과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도 있어 영업 기밀 유출 우려가 나왔다.

중국으로 반입되는 반도체 장비 불확실성 해소도 중요한 숙제였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현지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 제한 유예를 받았지만, 기한이 오는 10월까지인 만큼 연장 조치가 필수적이다. 첨단 장비 반입이 어려워지면 양사의 중국 공장 운영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뾰족한 해법 없이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나온 셈이다.

대통령실은 반도체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정상 간 명쾌한 합의가 이뤄졌단 입장이다. 국내 기업의 부담 최소화라는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양국 주무부처에서 지속적인 협의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국내 반도체업계의 요구는 자국 공급망 강화란 미국의 산업 정책과 배치되는 내용인 만큼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업계 우려를 일부라도 불식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업황 악화 여파로 지난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고심이 깊다. 정부가 민관 역량을 총결집해 리스크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기업들이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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