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안 공개···용적률 500%까지 확대
최고 층수 50층 내외···3구역 70층 추진
“창의적 디자인 반영 시 그 이상도 가능”
2500억원 기부채납···“분담금 증가로 주민 반발 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들이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초고층 재건축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대 70층, 1만 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촌으로 탄생할 전망이다. 다만 기부채납에 따른 추가 분담금 상승 등은 잠재된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 2~5구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신속통합기획안 초안을 공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에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에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이는 제도다.
기획안에 따르면 2~5구역엔 초고층 단지 건립이 가능해진다. 재건축 구역 중 압구정역과 가까운 일부 지역 용도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되면서다. 이럴 경우 용적률이 기존 200~300%에서 200~500%로 확대돼 층수를 50층 내외까지 올릴 수 있다.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동은 기존의 15층 규제가 풀리면서 2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된다. 한강변에서 멀어질수록 점차 층수가 많아지는 형태다.
특히 서울시는 창의적·혁신적 디자인이 반영되면 층수를 50층 이상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3구역이 4개 동을 70층 높이로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이 지난 2월 “혁신 디자인이 적용되는 특별계획구역 건축물에는 용적률을 120% 상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시도다. 명노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장은 “기획안은 시뮬레이션일 뿐 높이 제한은 없다”며 “50층으로 계산했지만 창의적 디자인을 반영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적률이 확대되면서 가구 수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3구역은 평균 용적률은 각종 기부채납 조건을 채웠을 때 222%에서 최대 322.6%까지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구 수는 3900가구에서 581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2·4·5구역은 최대 용적률 300%를 적용받는다. 2가구는 1924가구에서 2700가구, 4구역은 1341가구 1790가구, 5구역은 1232가구에서 1540가구로 각각 늘어난다.
또 압구정 일대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의 선도 지구로 지정돼 수변 특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3구역엔 압구정동에서 성수동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보행교가 신설되고, 4·5구역엔 아파트 단지에서 한강변에 이르는 구간에는 도로 위에 덮개공원(한강변 조망데크공원)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부채납 따른 분담금 증가는 변수로 꼽힌다. 보행로 신설과 한강변 조망데크공원 조성에 투입되는 비용은 2500억원에 달한다. 단지 한가운데 있는 압구정초등학교를 옮기는 비용으로도 1000억원이 예상된다. 이 비용을 전액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높게 짓는 만큼 임대주택 비율도 높아져 향후 시와 조합 간 갈등 우려도 잠재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촌인 압구정에 초고층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의식해 공공기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부채납이 늘어날수록 추가 분담금도 증가할 수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구성된다. 이 중 2∼5구역 주민들은 2021년 말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한 뒤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49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신현대로 불리는 현대 9·11·12차와 대림빌라트(2구역), 현대 1∼7·10·13·14차(3구역), 현대 8차와 한양 3·4·6차(4구역), 한양 1·2차(5구역) 등이 해당한다.
1구역도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앞의 2~5구역이 조합을 갖춰놓고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했다면 1구역(미성1·2차, 1233가구)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했다. 6구역(한양5·7·8차 총 672가구)은 아직 신속통합기획 적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