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순부터 실사 진행, 최근 8년간 전력투구···신청서 제출 후 6개월간 FDA 심사 받을 듯
증권가 등 긍정적 전망 다수···업계 일각선 신중론 제기, “FDA 결정 여파, 예상보다 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GC녹십자가 최대 현안인 ‘알리글로’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 획득을 위한 현장 실사를 받았다. 사실상 FDA의 허가 여부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이달 중순부터 알리글로(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생산시설에 대한 미 FDA 현장실사를 받았다. 종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생산시설은 충북 오창에 있다. 향후 FDA 실사단의 실사가 예정대로 마무리될 경우 GC녹십자는 FDA에 BLA(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BLA 제출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FDA 심사 기간은 6개월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GC녹십자가 올 하반기를 전후로 BLA를 제출하면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알리글로의 FDA 허가 여부가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가 현장 실사를 마무리해도 그 결과를 분석할 시간이 필요한데 실사 종료 후 바로 GC녹십자가 BLA를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실사 일정 조율에만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는데 허가 진행 절차가 그만큼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주는 사람 혈액 내 액체성분인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해 만든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이나 혈액암·조혈모세포이식 등으로 인한 후천성 면역결핍증,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면역결핍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앞서 GC녹십자는 지난 2015년부터 IVIG-SN 제품으로 FDA 허가를 추진해왔다. 우선적으로 허가를 신청한 제품은 저농도인 IVIG-SN 5%다. 하지만 지난 2016년과 2017년 2차례에 걸쳐 GC녹십자는 FDA로부터 보완 요청을 받은 후 고농도인 10% 제품으로 변경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IVIG-SN 10% 제품에 대한 현장실사와 허가 결정이 지연됐다. 결국 GC녹십자는 2021년 비대면 평가를 받은 후 지난해 2월 FDA로부터 CRL(최종보완요구서)를 통보 받았다. CRL 내용은 혈액제제 생산시설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는 그동안 8년여 기간을 FDA 허가 획득에 투자해왔다”며 “최종 허가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9년이 되는 셈인데 회사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현재 GC녹십자 알리글로의 FDA 허가 획득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적지 않다. 이르면 올 연말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서 언급대로 저농도 IVIG-SN 5% 제품을 고농도 10% 제품으로 변경하는 등 GC녹십자가 그동안 허가 전략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 전망의 근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GC녹십자는 전문가 위주로 태스크포스를 조직, FDA 실사에 대비하는 등 공을 들였는데 이같은 사항이 외부에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녹십자가 충실하게 준비한 내용이 허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가 IVIG-SN 5% 제품을 10% 제품으로 변경한 것은 FDA 보완 요청을 분석하는 등 나름대로 전략을 추진한 결과였다”라며 “알리글로가 2020년 완료한 북미 임상 3상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만족한 것도 허가 획득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GC녹십자가 알리글로 허가를 획득할 경우 현지 당국과 약가협상 등 절차를 거쳐 미국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지난해 기준 96억 달러(12조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이 늘어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란 점도 GC녹십자에 긍정적이다. 증권가도 알리글로 허가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분위기다. 다올투자증권이 “IVIG-SN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밝히는 등 긍정적 예상이 적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증권가가 최근 공통적으로 올 1분기 GC녹십자의 수익성 부진을 전망하면서도 알리글로 허가에 대해서는 획득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신중론도 있다. 이미 FDA로부터 IVIG-SN 5% 제품과 10% 제품에 걸쳐 세 번 보완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마음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알리글로가 향후 허가 받으면 제품 출시까지 최대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현재는 허가 획득에 전력을 다하고 최종 통보를 겸허하게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 결국 GC녹십자가 8년 가량 공을 들였던 알리글로 FDA 허가는 일정상 종착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대로 허가를 획득하면 12조원이 넘는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알리글로 허가를 얻게 되면 매출 증대 효과는 물론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FDA 최종 결정이 녹십자에 미치는 여파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