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심으로 고객 다수 확보···진출 시 파급력 주목
가장 많은 전국구 오프라인 점포 보유···영업 측면서 유리 전망
알뜰폰 업계, 부가조건 없이 시장 입성···형평성 차원서 부당 입장
가입자 확보 위해 소모적 경쟁 중···중소 사업자 마찰로 불필요한 부담 떠안을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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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NH농협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실제 진출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을 금융사 부수업무로 정식 승인함에 따라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사업 자체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고객 락인(Lock-in) 효과와 비금융 통신 데이터 확보 등 간접적인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NH농협은행의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우선 NH농협은행은 지방을 중심으로 고령층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전국구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사업자보다 영업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NH농협은행이 실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면 그 파급력이 리브엠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중에서 가장 많은 1106개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KB국민은행은 857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들이 급감하고 있지만 NH농협은행은 수년째 비슷한 규모의 지점 수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달리 NH농협은행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농업·농촌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영업점도 마찬가지로 농업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최대 점포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뜰폰은 SKT, KT, LG U+ 등 이동통신망사업자 네트워크를 빌려 이용자에게 자체 브랜드로 통신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리브엠 등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심의했다. 은행법 제27조의2에 따라 은행이 부수업무로서 간편하고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한시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했던 KB국민은행은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4월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9개 중 하나로 인정받아 비금융업인 알뜰폰 사업을 4년간 해왔다. 그 동안 은행은 수신·여신·환업무 등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만 그 외 사업을 부수업무로 할 수 있었다.

특히 알뜰폰 사업은 은행법령 해석상 은행 고유업무와의 연관성이 없어 특례서비스 일종인 혁신금융서비스로 두 차례 4년간(2+2년) KB국민은행에 허용됐다. 특례서비스 종료 기간이 다가오자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규제 개선 필요성, 그간 운영결과, 금융시장·질서의 안정성 및 소비자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해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리브엠의 시장 진입을 반대했던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 자회사들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통 3사 자회사들은 점유율 50% 상한선 규제를 비롯해 모회사 차원의 자금 및 마케팅 지원이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정작 대형 시중은행은 부가조건 없이 시장에 입성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출혈 경쟁 우려도 나온다. 실제 고물가로 통신비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알뜰폰 업체들이 한시적인 '0원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고 이벤트성 마케팅을 벌이다 보면 제 살 깎아먹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알뜰폰 업체가 파격적으로 0원 요금제를 시작하니 다른 곳도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격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이 서비스 차원에서 차별 포인트를 두기보다는 일단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 다소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중소 사업자와의 마찰로 인한 불필요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NH농협은행 관계자는 "NH올원뱅크 앱 내 기존 사업자와 제휴서비스 차원에서 올해 중으로 알뜰폰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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