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시민사회단체와 기자회견
“우리 얘기 귀기울여 달라” 피해자들 고통 토로 
“피해자 지원은 혈세 낭비? 피 거꾸로 솟는다”
“내 집 마련 꿈 키우던 전셋집이 지옥이 됐다”
“보증금채권 매입 활용한 공공매입 필요” 강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전세사기는 정부 제도가 주도했다.”

26일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국회 본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채권 공공매입을 통해 보증금 일부를 보전하는 선구제 방안,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을 통한 주거권 보호, 경매 시 피해 세입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등 내용이 담긴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대책에는 피해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채권 공공매입 방안이 빠져있다. 우선매수권 부여와 피해주택의 공공매입만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는 “보증금반환 채권매입 방안이 빠진 정부여당의 특별법안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매수권 부여와 주택의 공공매입은 경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매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만 고수하는 것은 경매가 진행되지 않은 채 장기간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면서 법적 불안 상태에 있을 대다수의 깡통주택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나몰라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사진=최성근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고통을 토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피해자 배소현씨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들은 돌려막기에 급급한 대책들이다. 겉보기에만 번지르한 포장지에 담긴 텅빈 알맹이 같은 대책이 아닌 피해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조세채권 안분과 보증금 채권 매입과 같은 대책들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때때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한 배씨는 “지금 이시간에도 우리에게 전세주택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들은 아직도 다른 세입자들을 찾아 같은 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며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기 전에, 2년 뒤 또 다른 이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나오기 전에 지금이라도 피해자들 말에 귀기울여 달라. 피해자들이 정말 필요하고 절실하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꼭 들어봐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피해자 박순남씨는 “어떻게 한 사람이 수백 수천 채 집을 갖고, 어떻게 건설사, 임대인, 부동산 중개업자, 관리사무소까지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패거리가 돼 이 거대한 사기극을 벌일 수 있나. 제도가 너무 부실한 것”이라며 “국민 재산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이자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역시 중간중간 눈시울을 붉힌 박 씨는 “내 집 하나 장만하는게 소원인 서민들이 악착같이 생업을 이어가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잠시 거쳐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출까지 끌어가며 전세로 들어간 것”이라며 “(전세사기는) 그 꿈을 모두 앗아갔고 하루의 고단함을 채워준 그 집은 지옥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 혈세를 투입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데 왜 그게 혈세인가. 우리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이 나라의 한 국민이다. 전세사기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이 책임은 정부의 부실정책, 금융기관에 있다”며 “더 이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달라. 더 이상 혈세, 포퓰리즘 같은 말도 안되는 프레임을 씌워가며 국민을 속이지 말아달라. 전세사기는 근본적으로 해결된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지금 정부는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 은행은 책임, 의무 아무것도 안하면서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 이익만 챙기려고 한다. 근데 왜 피해자는 책임만 져야 하나. 피해자는 권리가 어디에 있나. 방법을 찾아달라. 방법이 없는게 아니라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또 격앙된 목소리로 “왜 혈세를 쓴다는 프레임을 피해자들에게 씌워 국민들에게 오해를 하게 하나. 왜 우리를 세금 도둑으로 만드나”라며 “지금 시점에서 은행권 1조원을 왜 투자하나.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 소송 펀드는 왜 생각하지 않나. 왜 방법은 생각하지 않고 안해줄 것만 생각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발언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 여당은 보증금채권매입 반대 이유를 혈세 낭비, 선을 넘는 지원이라고 말한다. 이 혈세 이야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한다”며 “정부는 얼마전 PF 부실에 24조원을 지원했다. 금융위기때는 부실 금융사 지원도 했다. 정부가 위기에 기업, 금융권, 건설사도 지원하는데 정부의 잘못된 주거정책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왜 지원하면 안되나. 기업 지원하는 돈은 혈세가 아니고 피해자 시민을 지원하는 돈만 혈세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증금채권매입은 피해자들이 보증금의 일부를 회수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일단 정부가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매나 소송 절차를 단축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줄여주고자 하는 방법이란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별법 입법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내놓은 어느안도 100% 최적안이라고 고집하지 않고 피해자 입장우선, 신속한 지원, 효율적 지원이란 3대 원칙에 입각한 가장 합리적 법안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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