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 중국까지 맡아···스파오 중국 직진출 예정
중국, 애국주의 성향 짙지만···“국내 성장 방식, 중국에도 적용할 것”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랜드 스파오가 글로벌 제조·유통 일괄형(SPA)로 도달하기 위해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선다. 국내서 스파오는 SPA브랜드로 유니클로·탑텐을 잇는 기업이지만, 중국에서는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며 실적 정체기였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는 한국 상품을 그대로 중국에 보내 직진출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과거 중국 시장서 브랜드 철수 경험이 있어 이번 도전이 얼마나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이랜드는 지난 1월 한·중 패션 총괄로 선임된 최운식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올해 본격 중국 패션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자사 브랜드 중에서도 스파오를 내세워 글로벌 SPA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대표는 스파오를 국내 SPA 브랜드로 키운 인물이다. 지난 2003년 이랜드월드에 입사한 후 글로벌 스파오 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한·중 패션을 총괄하는 최 대표는 상품 기획과 생산, 브랜드 운영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양국의 패션사업부문을 일부 통합해 효율화를 이룰 계획이다.
현재 스파오는 유니클로와 탑텐을 잇는 국내 대표 SPA 브랜드다. 스파오는 지난 2020년 3500억원대로 매출이 올랐다가 줄곧 3000억원 초반대 매출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며 실적 정체기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스파오가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주목받았다. 이랜드월드의 패션부문 매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2조7172억원에 달했던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매출은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이랜드의 국내 패션부문 매출은 1조5207억원, 영업이익은 2703억원에 달한다.
앞서 이랜드는 스파오를 한중 양국에서 다른 전략으로 운영을 해왔다. 이랜드에 따르면 중국 스파오는 별도의 디자이너, 기획팀을 꾸려 제품을 판매해왔던 것을 국내 스파오와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가 한중 총괄 대표로 중국 시장까지 맡게 된 이유기도 하다.
최 대표와 함께 국내에서 스파오 ‘2일5일 시스템’을 성공시킨 리더급 다수도 중국사업부로 이동했다. ‘2일5일 시스템’은 ‘48시간(2일) 만에 의류를 생산해 매장에서 고객 반응을 테스트하고 베트남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120시간(5일) 안에 필요한 물량을 생산, 매장 진열과 판매까지 완료’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앞서 이랜드는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이랜드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했었지만 사드 배치와 한한령, 코로나19 등으로 중국 법인 매출이 급감했다. 이랜드 중국 법인 매출은 2018년 2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는 9897억원으로 1조원 밑으로까지 내렸다. 또 그룹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랜드는 티니위니, 케이스위스 등의 브랜드를 매각하며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거쳤다.
중국은 궈차오(애국주의) 현상이 뚜렷한 국가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략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나이키, 유니클로 등은 중국에서 매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스파오도 현재 중국에서 매장 10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이랜드월드의 중국 내 법인 매출 합계는 1조546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랜드는 스파오뿐 아니라 후아유, 뉴발란스 키즈 등 주요 브랜드의 중국 진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랜드월드는 올해 상하이에 연구개발 및 오피스, 물류센터,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산업원을 완공할 계획이다. 전체 면적만 35만㎡ 달하며, 트렌드·테크·소비를 특색으로 하는 산업단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그간 중국은 고급화 전략으로 별도 조직을 통해 별도 상품으로 판매해왔다”면서 “스파오가 국내에서 작년에 지속 성장해왔던 만큼, 그 성장 방식을 중국에도 이어가겠다는 것이고 최 대표도 중국 대표까지 맡게돼 스파오를 글로벌 SPA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 중 하나”라면서 “중국 시장이 애국주의 성향도 짙지만 중국 소비 시장 자체가 잠재력과 성장성이 있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