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자료 두고 주체별 해석 갈려
"제도화 과정서 체계적 데이터 분석 필요"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비대면 진료에서의 초진 허용 여부를 두고 플랫폼 업계와 당국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관련 현황 파악 결과에 대해서도 주체별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초진 비율이 99%라고 밝혔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7개 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피부과·비뇨의학과)에 대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초진 비율은 9%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체계적 데이터 분석이 요구된다.
24일 비대면 진료 업체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은 비대면 진료 이용 중 초진 비율이 99%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3일 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받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피부과·비뇨의학과 7개 진료과목 비대면 진료 현황’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와는 다르다.
신 의원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의 7개 과목 비대면 진료는 1833만 여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건강보험 명세서로 초진·재진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구분이 가능한 989만8995건을 분석하자 초진 비율은 9%(89만1529건)에 불과했다. 재진은 900만7466건이었다.
이에 따르면 초진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피부과로 나타났다. 피부과 초진 비율은 25.9%(초진 5456건·재진 1만5633건)였다. 산부인과 초진 비율이 13.4%(3만1114건·재진 20만894건)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외과 11.6%, 비뇨의학과 9.5%, 소아과 8.9%, 내과 8.7%, 정신건강의학과 3.3% 순이었다. 다만 이용 건수(초·재진을 합한 전체 건수)가 가장 많은 과목은 내과(51.2%, 5064056건)였다. 이어 이비인후과(41.5%, 4108312건)외과, 산부인과, 피부과 순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업계 측은 진료 과목별 초진 비율을 다르게 파악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비대면 의료 업체 닥터나우가 자사 앱의 2022년 비대면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이용한 과목은 내과(19%)로 나타났다. 이어 피부과(17%), 이비인후과(16%), 소아청소년과(13%), 산부인과(12%) 순이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플랫폼 천 진료를 기준으로, 초·재진 여부를 파악했을 때 초진 비율은 99%“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초진 비율 역시 이용 과목과 동일하다고 해석 가능하다.
플랫폼 업계 측은 ”신 의원실의 자료는 건강보험 명세서 기준으로 실시된 비대면 진료 총 1832만건 중 초진·재진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 843만건(46%)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의 초진 비율이 18.5%라고 발표한 보건복지부 통계 역시 이 같은 기준으로 나온 결과라는 게 플랫폼 업계 측 주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초·재진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해 “재택치료 수가 중 의료기관 주도형 수가는 진찰료 없이 관리료만 청구되므로, 초진과 재진 구분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닥터나우 관계자는 “초진과 재진 여부로 비대면 진료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재진 여부는 현장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동일 질병, 같은 의료진 여부, 30일 이내 등 기간 여부에 따라 초·재진이 결정되는데, 현장에서 재진이라 판단했어도 심평원의 서류 심사 결과 초진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 변동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초·재진에 따른 구분이 아닌, 비대면 진료로는 처방이 불가능한 의약품을 명확하게 정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초·재진에 대한 이익집단의 해석이 다른만큼, 결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서비스에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되며, 처음 서비스를 경험해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초진이 다수로 파악될 수밖에 없다”라며 ”신규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초진 비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때, 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의 자료 파악 시, 현실을 잘 반영한 체계적 분석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편익 증진 방향으로 제도화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