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 현재 약가 작업···희귀암약 페미가티닙·타파시타맙, 허가 작업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WELT-I’ 급여가 현안···닥터다이어리와 당뇨 관리 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분투자 형태···에스씨엠생과와 스파크바이오파마 등 투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중견 제약사인 한독이 미래 먹거리로 항암제와 디지털, 오픈이노베이션 구축에 주력, 눈길을 끌고 있다. 3가지 분야가 향후 어느 시점 본격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5438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5.0%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85억원을 기록하며 1.7% 증가했다. 한독의 경우 최근 수년간 매출 성장 폭이 크지 않아 일부 정체 현상이 파악된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지난 2020년 매출 5000억원대에 진입했지만 2022년에도 5500억원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핵심인 진통소염제 케토톱군과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테넬리아군, 소화불량 치료제 훼스탈군 등은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케토톱군 543억원(전체 10.12%), 아마릴군 523억원(9.74%), 테넬리아군 466억원(8.69%), 훼스탈군 136억원(2.53%) 등 매출을 올렸다. 반면 4개 군을 제외한 품목은 ‘트리테이스’군과 ‘테베텐’군 뿐이다. 매출비중도 각각 1% 미만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4개 품목군은 다른 제약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한독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지만 바꿔 말하면 이제는 대체 품목을 육성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부터 테넬리아 제네릭(복제약)이 다수 출시된 상황에서 당장 테넬리아 매출에 영향이 적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출 감소 가능성이 전망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업계 지적이다.
한독 경영진도 내부적으로 여러 대안을 고민하며 대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중 하나는 항암제 사업부로 꼽힌다. 실제 한독은 지난 2021년 말 항암제 전문 마케팅영업 조직 ‘온콜로지 프랜차이즈’ 사업부를 발족했다. 과거 항암제 업무 경력을 보유한 인력을 모아 항암제 비즈니스를 본격 가동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한독은 2021년 7월 글로벌 제약사 ‘재즈 파마슈티컬’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의 국내 허가를 지난해 11월 획득했다. 이어 현재는 약가 작업을 진행 하고 있다. 빅시오스는 다우노루비신과 시타라빈을 함유하는 리포좀 형태 분말로 주사용 액제와 섞어 정맥 투여한다. 빅시오스는 표준요법인 시타라빈과 다우노루비신 7+3요법과 비교한 임상 3상에서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또 한독은 다국적 제약사 ‘인사이트’와 희귀암 치료제 ‘페미가티닙’과 ‘타파시타맙’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페미가티닙은 담관암 적응증에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표적 치료제다.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타파시타맙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 받아 사용되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페미가티닙과 타파시타맙 2개 품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독이 주력하는 또 다른 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최근 호재도 발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협업하는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WELT-I’가 허가를 받은 것이다. ‘WELT-I’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인지행동치료를 환자 수면 패턴에 따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불면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수면 효율을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독은 웰트와 ‘WELT-I’ 사업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한독의 급여, 마케팅, 영업 등 비즈니스 역량을 디지털치료기기에서 성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즉 ‘WELT-I’ 국내 판권을 보유한 한독이 향후 판매와 유통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은 웰트가 하고 이후 작업은 한독이 맡은 구조”라며 “디지털치료기기가 다소 생소한 개념이어서 급여화 논란이 있는데 WELT-I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건강보험 제도권 내 진입 등 한독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독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와 파트너십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핵심은 당뇨병 관리를 위한 협력이다. 한독과 닥터다이어리는 향후 당뇨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축하고 1차 의원급 의료기관과 연계해 환자에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독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상대적으로 이전부터 추진했던 프로젝트로 분류된다. 한독이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제넥신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례다. 지난해 말 기준, 한독은 제넥신지분의 15.04%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와 유사하게 한독 오픈이노베이션은 주로 지분투자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2019년 40억원을 투자한 에스씨엠생명과학이 눈에 띈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치료제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2021년 3월에는 앞서 거론된 웰트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11월에는 동일금액을 스파크바이오파마에 투자했다. 당시 스파크바이오파마가 개발하던 품목의 암 대상 적응증 타깃 제품 판매가 계약 핵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독이 지난 2021년 출자해 설립한 이노큐브를 통해 투자와 협업을 포함, 스타트업 육성으로 오픈이노베이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한독은 기존 주력인 4개 핵심 품목군을 유지하며 미래 먹거리를 꾸준하게 준비하는 상태로 파악된다. 이같은 한독 노력이 성과를 내면 최근 정체 상태를 보이는 매출 증대에도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암제와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업 초기이며 많은 난관이 전망된다”며 “향후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예상돼 한독의 꾸준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