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빌리티쇼서 전기차 비롯해 4족 보행 로봇 등 다양한 기술 등장해
최근 글로벌 대규모 모터쇼는 존폐 위기···생존 위해선 차별적 요소 필요
한국은 소프트웨어 등 첨단 분야서 앞서···자동차와 융합해 차별화 해야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서울모빌리티쇼가 개최됐다. 글로벌 제작사 모두가 참석한 건 아니었지만, 핵심적인 역량을 지닌 제작사들이 참여하며 향후 서울모빌리티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규모는 작지만 다른 글로벌 모터쇼와 차원이 다른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강소 전시회로서 가능성이 엿보였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을 보이는 K문화의 핵심 역량이 가미된다면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번 전시회의 핵심은 역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전기차에 있었다. 이제는 전기차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변하고 있다. 몇몇 기업에선 전기차를 넘어 로봇 등 미래 이동 수단을 홍보물로 내세웠다. 

이번 전시회엔 현대차의 각종 전기차와 4족 보행 로봇 등이 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선두주자임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기아는 올해 가장 화두가 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EV9은 실내 공간 및 각종 옵션 기술 등에서 기술력을 뽐냈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는 지난 10여년 동안 사주가 바뀌며 혼란을 겪었으나, 최근 KG그룹에 인수되며 오랜만에 전시회에 참여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사명도 기존 쌍용차에서 KG모빌리티로 바꿨다. 토레스 EVX는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중국 BYD의 도움을 받았지만, 국내 승용 전기차 최초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며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코란도 후속 콘셉트 모델 역시 관심을 끌었다. 

테슬라는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가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두주자다운 면모를 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또 다른 관심사는 중소기업 전기차였다. 알파모터스의 소형 픽업모델은 레트로 감성을 살려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자동차 업계의 중역들이 모여 만든 아이레온은 모듈을 바꿔 레저용차량(RV)은 물론, 짐을 싣는 SUV에 이르기까지 6가지 모델로 변신이 가능한 전기 상용차 모델을 선보였다. 고스트 로보틱스는 방산 등 군사용으로 특화된 전천후 로봇을 곳곳에 전시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반적으로 이번 서울모빌티쇼는 규모가 작지만 볼거리가 많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전보다 규모가 작아지고 볼거리의 한계도 있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전시회는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5대 모터쇼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도쿄모터쇼는 이미 쇠락해 옆 나라 북경모터쇼나 상해모터쇼와 비교되고 있다. 디트로이트모터쇼도 세계가전전시회(CES)에 가리며 존재감이 줄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지역적 군소모터쇼에 해당하는 서울모빌리티쇼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산모빌리티쇼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국내 모빌리티쇼의 발전을 위해선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국제 사회의 전기차 전환이 생각 이상으로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와 더불어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차별화가 중요한 상황이다. 경쟁사와 비교해 특화된 요소가 가미된 전기차 출시도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사회의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와 같은 정책은 어려움을 더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물론,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은 한국과 같이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겐 악재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관계 등을 흔들며 미래 불확실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주도권 다툼에서 경쟁력을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빌리티쇼다. 미래 모빌리티 영역이 확대 개편되면서 융합적으로 변화하듯, 모빌리티쇼도 다양한 영역과 융합하며 차별화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모빌리티쇼는 기존 모터쇼에서 명칭이 바뀌었다.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도 기존 서울모터쇼에서 변화한 것이다. 곧 열리는 도쿄모터쇼도 도쿄모빌리티쇼로 명칭이 바뀔 것이다. 이렇게 명칭이 바뀌었다면, 다음은 콘텐츠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는 전시회는 기존 모터쇼와 다른 응용 모빌리티쇼다. 응용 모빌리티는 기존 영역들을 융합한 개념이다. 대표적으론 CES가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WMC)도 이에 해당한다. 둘 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특화되고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기존 전시회와는 차별화된 요소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성공을 위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는 융합 모빌리티쇼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양적인 팽창보다는 작지만 차별화된 요소를 확실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특화된 요소는 지난 전기차 트랜드 및 인터배터리 행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자율주행 알고리즘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등에 있다. 이러한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앞서가고 있다. 우리가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서울모빌리티쇼는 앞서 언급한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구성해 볼 필요가 있다. 작은 규모에도 K컬쳐 등 여러 영역을 다양하게 엮으면 분명히 승부수를 던질 만한 장점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130여년의 내연기관차 중심, 글로벌 제작사 중심의 시대가 사라지고 차별화된 전기차가 부각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독특한 알고리즘을 가진 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사장의 피라미드 꼭지점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제 미래는 ‘적과의 동침’이나 ‘이종 간의 결합’ 등 누가 몸을 많이 섞는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정도다. 

서울모빌리티쇼가 가장 특화되고 차별화된 글로벌 강소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 이번 전시회에선 분명히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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