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판매량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2배 차이···벤츠 2800억원대, BMW 1400억원대
S클래스 1만1000대, 7시리즈 3000대로 3배 차이
오랜 기간 쌓인 프리미엄 이미지 차이도···벤츠 ‘삼각별’ 고급화 전략, BMW 할인으로 프리미엄 퇴색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가 지난해 판매량 1위 다툼이 치열했던 가운데, 실속을 챙긴 곳은 벤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판매량과 주력 모델인 E클래스 및 5시리즈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플래그십모델인 S클래스와 7시리즈 차이가 향방을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기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 판매는 8만976대, BMW는 7만8545대로 양사 판매량 차이는 약 2400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양사 판매량 차이가 1만대 이상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지난 2021년 4% 수준에서 지난해엔 1% 미만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BMW는 11월 기준 벤츠를 200여대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으나, 연말 판매에서 차이가 벌어져 결국 1위 자리 탈환에 실패했다. 이로써 벤츠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수입차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매출과 영업이익의 경우 양사 차이가 상당했다.

지난해 벤츠 매출은 7조5350억원, 영업이익은 281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BMW는 지난해 매출 5조7893억원, 영업이익 1448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판매량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약 30%,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 셈이다.

이는 고급 모델에서 승부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 S클래스 판매는 1만1645대였던데 비해 BMW 7시리즈는 2996대에 그쳤다.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억원대 이상 고가 시장에서도 BMW가 밀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1억원 이상 판매는 벤츠가 3만1576대, BMW 2만2372대로 약 9000대 차이로 벤츠가 앞섰다. 1억5000만원 이상 초고가 시장에선 벤츠가 1만5460대, BMW는 2345대로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S클래스는 국내 플래그십 세단의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소 가격이 1억5000만원대의 고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연 1만대 이상 팔리며 수입차 모델별 판매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E클래스, 5시리즈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전세계 순위에서도 한국 S클래스 판매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차량이다.

이에 지난해 BMW는 7시리즈 신형을 출시하며 S클래스를 따라잡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아직까지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7시리즈는 지난해 말 신형이 나왔음에도, 올 1분기 판매량이 394대에 그쳐 2996대를 판매한 S클래스에게 한참 뒤처지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판매량은 BMW가 1만8134대, 벤츠가 1만4952대로 BMW가 앞서고 있지만, 최상위 시장에서 작년과 같이 차이가 벌어질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또다시 벤츠가 앞설 가능성이 높다. 올 1분기 1억원 이상 고가 차 판매는 벤츠가 5785대, BMW 4083대로 여전히 벤츠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할인 판매도 양사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벤츠는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 데다 할인을 한다고 해도 5% 미만인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BMW는 지난해 10~15% 수준의 할인을 진행했으며, 연말에는 3시리즈는 최대 500만원, 4시리즈는 700만원, 5시리즈는 1200만원까지 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신형 출시를 앞둔 7시리즈 구형은 최대 2000만원까지 가격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할인과 관련해 벤츠와 BMW의 상반된 행보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영향을 줬고, 실적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BMW는 예전부터 무분별한 할인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됐으며, 벤츠와 판매량은 비슷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한 수 아래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벤츠는 ‘삼각별’을 앞세워 프리미엄을 강조했으며, 그 결과 최상위 시장에선 BMW와 격차를 벌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임에도 벤츠는 할인을 지양하면서 삼각별의 가치를 지키고 있지만, BMW는 할인을 통해 스스로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클라인 벤츠코리아 사장도 지난달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우리의 목표는 판매 1위가 아니다”라며 “전동화 전환, 럭셔리 브랜드 유지, 지속가능성 실현을 제대로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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