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상자산 규제 법안 통과도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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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주(17~21일) 비트코인은 지난주 급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곤두박질 쳤다. 영국의 물가지수가 아직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동시에 유럽연합(EU)가 가상자산을 규제하기 시작했단 소식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오후 2만8000달러(3720만원) 부근에서 거래됐다. 지난 주말에 이어 19일 오후까지 3만달러(3987만원) 선을 유지했지만 이후 7% 가까이 급락하면서 2만8000달러 선도 위태해진 것이다. 지난주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크게 오른 이더리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일까지 2100달러(279만원)선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1910달러(254만원)선까지 급락했다.  

가상화폐가 다시 부진한 이유는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발표된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했다. 예상치(9.8%)를 웃돈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0.8% 올라 역시 시장 전망치(0.5%)보다 높았다. 이에 글로벌 금리 인상이 계속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심 역시 악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아직도 식지 않았다는 지표가 나온 점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급여 신청건수가 24만5000건으로 그 전 주보다 5000건 증가했다. 이는 1월(47만2000개)과 2월(32만6000개)보다 줄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많다는 것이 미 노동부의 평가다. 

미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기술기업 오라클 네트워크의 공동 설립자 마커스 레빈은 "거시경제 상황에 현재 시장의 불안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경기침체 등 모든 거시경제적 우려가 비트코인을 뒤쫓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EU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는 '악재'도 겹쳤다. EU 의회는 20일(현지시간)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포괄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상자산 산업을 규제하는 첫 글로벌 법안이다. 거래소와 발행자 등 관련 업체에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유럽 규제당국(ESMA)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도 크게 떨어졌다. 전날 오후 50점(중립적인) 으로 한주 전(68·탐욕적인)보다 18점 내린 것이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이에 시장에선 가상화폐가 올 초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끝나고 조정 국면이 온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오안다 증권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야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의 (가파른) 증가에 대한 분명한 피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지금이 시장 출구를 위한 적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악재를 뚫고 다시 상승할 것이란 낙관론도 여전히 나온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과탐 추가니는 "비트코인이 2년 연속 하락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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