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할 수 있는 약효 단백질 최대 4개···'SAFA 플랫폼 기술'
3·4중 항체 개발 가능···호르몬·사이토카인 등 추가 결합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최대 4개의 단백질을 결합할 수 있는 SAFA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에이프릴바이오가 이중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을 본격화한다.
21일 에이프릴바이오는 15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하이투자증권이 최대 주주인 하이바이오 헬스케어 신기술조합 제3호가 75억원, 이현자산운용이 70억원, 레이크자산운용이 5억원어치 CB를 각각 인수하는 형태다.
이로써 에이프릴바이오가 확보하게 된 현금은 총 800억 원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번에 확보한 150억원으로 이중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항암제 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비용을 조달했다”라며 “현금을 현재 꽤 보유한 상태임에도, 향후 몇 년간의 자금 안정성 등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 SAFA 플랫폼 기술로 이중타깃 항암제 전임상 연구
에이프릴바이오가 연구개발비로 연간 150억원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전환사채 발행으로 향후 수년간 재무 부담 없이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올해 100억원, 내년 50억원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SAFA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이중타깃 항암제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차기 후보군으로 내세우는 프로젝트는 'APB-BS2'다. APB-BS2는 삼중음성유방암과 같은 난치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이중타깃 항체치료제다. 내년 중에 비임상 완료 후 글로벌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하는 게 목표다.
에이프릴바이오의 주요 기술은 인간 항체 치료제 제작 기술(항체라이브러리)과 지속형 재조합 단백질(SAFA, anti-Serum Albumin Fab-Associated technology) 플랫폼이다. 항체라이브러리로 다양한 항체를 찾아내 원하는 타깃 항원 결합 능력을 지닌 인간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획득할 수 있다. 이 항체라이브러리로부터 선별된 혈청 알부민과 결합하는 인간 Fab 항체 절편(SL335)을 활용하는 SAFA 플랫폼 기술도 보유 중이다.
SAFA 플랫폼 기술이란 지속형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플랫폼이다. 항체에서 Fc(crystalizable fragment)부분을 없애고, 항체의 가변 영역(Fab) 끝에 SL3355라는 항체 절편을 붙이는 기술로, 체내에 들어가면 알부민에 달라붙는 작용을 한다. 몸 전체에 분포돼있는 혈청 알부민과 특이적으로 결합해 약효 물질의 반감기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다양한 항원에 결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 약효 단백질 추가 결합할 수 있어 확장 가능성 커
SAFA로 결합할 수 있는 약효 단백질은 최대 4개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즉, 이중항체뿐만 아니라 3·4중 항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SL335에는 항체뿐만 아니라 호르몬, 사이토카인, 막단백질, 성장인자 등 항체와 항체가 아닌 약효 단백질을 추가로 결합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
에이프릴바이오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이런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붙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표 파이프라인인 APB-A1는 SAFA(SL335)라는 베이스에 항체를 붙인 것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APB-R3, R4(사이토카인 붙인 것), APB-R2(호르몬 붙인 것), APB-BS2(면역조절제 붙인 것), APB-R5(약효 성분을 2개 이상 붙인 것) 등이다.
약물의 반감기를 늘리는 플랫폼 기술 ‘SAFA’와 표적 항원에 맞는 항체를 발굴하는 ‘항체라이브러리’ 기술의 조합을 통해 항체의약품, 이중항체, 지속형의약품, ADC 적용 항체 등 매우 다양한 신약후보의 제작이 가능하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를 바탕으로 자가면역질환, 염증질환, 암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단백질(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SAFA 플랫폼 기술과 관련 “알부민은 염증이나 암 부위에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라며 “SAFA 기술은 알부민에 붙는 것이기 때문에, 체내에 투여하면 타깃에 보다 잘 도달하는 등 효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항체의 Fc부분을 없앴기 때문에, 기존 Fc에서 발생하던 부작용 우려도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같은 부분이 룬드벡에 어필했다고 본다”라고 부연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대표 파이프라인인 APB-A1는 덴마크 소재 기업 룬드벡과 2021년 10월 총 규모 5400억 원 대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액은 234억 원이었다. 룬드벡은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이다.
에이프릴바이오의 차기 후보군은 난치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이중타깃 항체치료제APB-BS2다. APB-BS2는 CD73과 사이토카인을 표적으로 한다. CD73은 종양 주위에서 ‘보호막’ 역할을 하는 종양미세환경(TME) 발달에 필요한 아데노신의 생성을 돕는 효소다. APB-BS2가 CD73을 억제하면 종양미세환경의 발달이 저해되고, 따라서 면역세포와 항암제가 더 효과적으로 종양을 공격할 수 있게 되는 원리다.
두번째 표적인 사이토카인은 자연살해(NK)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아 항종양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APB-BS2가 결합하는 사이토카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비공개했다. 지난해 8월 유한양행에 기술 수출한 APB-R5 또한 이중표적 항체치료제다. 기존 사이토카인 치료제에서 나타나는 면역부작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단 설명이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APB-BS2, APB-R5의 내년 전임상 완료와 이후 글로벌 임상 1상 계획서(IND) 제출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APB-A1, APB-R3 등 2개 물질의 임상 1상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내년엔 새로운 후보물질 임상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후보물질의 임상개 발이 진행되면서 에이프릴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