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車보험 평균 손해율 81.9%···전년 동기 대비 2.9%p↑
봄철 나들이객 증가 및 원가상승 요인 등 車보험 손해율 악재 산적
車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 커져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에 이바지하며 애물단지에서 효자로 거듭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다시 악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올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손보업계에서는 실적이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1.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9.0%)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적정 손해율을 78~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적정 손해율 구간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역마진 우려가 커진 것이다.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손해율 악화를 면하지 못했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원수보험료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7.4%로 지난해 같은 기간 76.4%에서 1%포인트 올랐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코로나19 안정화 등에 따른 자동차 운행량 및 사고 증가로 전년 동월 대비 손해율이 상승했다”며 “3월 기준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1일 사고건수를 살펴보면 대인담보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약 10.4%, 대물담보는 약 14.3%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로 주요 손보사들은 일제히 순익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국내 5대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4조2678억원으로 전년(3조3929) 대비 25.8% 증가했다. 상위 5개 손보사의 순이익 합이 4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작년 실적 성장에는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가 컸다. 그러나 올해는 1분기에 이미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본격화된 상황이라 지난해와 같은 실적 선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1분기 손해율이 이미 적정 손해율을 넘어선 상황에서 봄철 나들이객이 늘어나며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자동차보험 관련 원가상승 요인도 작용하는 탓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격리기간이 7일에서 5일로 단축된 것과 함께 봄 행락철 나들이객 증가가 원가상승 요인과 맞물리면서 추후 손해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면 그만큼 역마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시장 ‘빅4’를 포함한 총 7개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2%가량씩 일괄적으로 인하한 바 있다. 또한 오는 4월부터는 모든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주행거리와 연동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자동차보험 주행거리 연동특약(마일리지 특약)’에 자동 가입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하로 기대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 더해 마일리지 특약 자동가입 시행으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료 환급액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자동차보험의 수익성 방어가 어려워졌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건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컸고 하반기부터는 손해율 상승세가 뚜렷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결국 자동차보험료가 인하되면서 보험료 수입이 줄었고 지난해와 같은 일회성 요인 없이 예상대로 차량 통행량이 늘어나고 있어 손해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손보업계의 순익 증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례적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과 같은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