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해외법인 순익 급감···2년 연속 3위
하나 "지점 실적과 BIDV 투자 이익도 고려해야"
시중은행, 글로벌 실적 통일된 기준 없이 제각각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4대 시중은행의 해외 법인 실적은 큰 변화가 있었다. 글로벌 '투톱'으로 꼽히던 하나은행이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우리은행에 2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더구나 작년엔 해외법인 순익이 7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3% 넘게 급감했다. 이에 우리은행과의 격차도 2800억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그간 800억원 내외의 순익을 올리던 중국법인이 작년엔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탓이다. 

하나은행이 큰 격차로 순위가 밀리다보니 일각에선 글로벌 사업의 '리딩뱅크’ 싸움은 이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경쟁구로 바뀐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을 이끄는 곳으로 평가받는 곳은 신한과 하나였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 사업 노하우를 가진 곳으로 통한다. 2020년 글로벌 사업 협력을 위해 두 은행이 손을 맞잡은 것에 업계가 주목한 이유도 글로벌 사업에서 신한·하나은행의 존재감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해외법인 실적으로만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큰 무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해외 법인 외에도 수많은 해외 지점들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하나은행은 11개의 해외법인 외에도 23개의 국외 지점·사무소가 있다. 신한·우리은행과 해외법인 숫자는 같지만 국외 지점·사무소는 더 많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의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도 글로벌 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은행은 2019년 베트남 자산 1위인 국영 상업은행 BIDV에 1조원을 투자해 전체 지분 15%를 인수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BIDV를 자회사(관계기업)로 인식하고 BIDV가 한 해 거둔 당기순익 중 지분율에 해당하는 15% 만큼 하나은행의 실적으로 포함(지분법 이익)시키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BIDV 지분법 이익으로 1607억원을 거뒀다. 국내 해외 법인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신한베트남은행이 같은 해 약 1980억원의 순익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큰 액수다. 2021년에도 1200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투자 능력이 빛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나은행은 BIDV 지분 투자로 글로벌 이익 확대와 함께 비이자이익도 늘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BIDV 지분법 이익을 해외사업 실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은행의 해외 실적은 통상 현지에서 법인, 지점 등을 세워 직접 영업을 해 거둔 이익으로 통한다. 이런 의미에서 단지 지분투자를 한 결과 얻은 수익을 해외 사업 실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BIDV 지분법 이익이 하나은행의 ‘영업외이익’으로 잡히는 것도 이러한 의문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외 지점의 순익을 포함하더라도 한 해 글로벌 사업 실적 순위가 큰 폭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규모면에서 시중은행의 해외 법인이 단일 지점보다 대부분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해외 법인은 현지에서 다수의 지점을 설립해 사업을 운영하기에 덩치도 그만큼 크다. 이에 해외 법인이 거둔 실적으로 해외 사업을 평가해도 큰 무리는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신한은행을 보면, 전체 글로벌 사업 자산 가운데 지점과 사무소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31%다. 글로벌 순익 중 지점의 비중은 21%에 그친다. 

결국 은행 간 글로벌 이익 규모를 비교할 수 있는 공통된 지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해외 시장 진출은 모든 시중은행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한 껏 힘을 주는 사업이다.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시중은행의 글로벌 실적을 비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인데, 은행 간 비교할 만한 지표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 상에서 공개되는 글로벌 관련 실적은 해외 법인들의 당기손익과 ‘외부 고객으로부터의 수익’ 항목 정도다. 그런데 외부 고객으로부터의 수익 항목은 은행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이 밖에 금융당국이 초국적화지수란 지표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초국적화지수는 비용을 고려한 이익이 아닌 수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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