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ASF백신 개발 상용화 추진
"실험 가능 시설 국내에 2곳 뿐"···실험과 상용화에 시간 소요 전망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달아 발생하며 관련 백신 개발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ASF는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ASF 백신이 없어, 현재까지 살처분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살처분된 돼지는 40만8540마리에 달하는 등 양돈논가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19일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에 따르면 ASF 백신 개발과 상용화가 추진된다.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0일 충남대 동물의과학연구소, 중앙백신연구소, 아비넥스트와 ASF 백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ASF 백신 상용화를 빨리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밝혔다.
현재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ASF 백신 개발을 위한 효능평가를 진행 중이다.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2021년 6월 야생멧돼지에 대한 ASF 백신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관련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가능성 있는 백신 후보군을 선정해 현재 효능을 평가하고 있다.
ASF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왔지만, 효과적 백신은 ‘아직’이다. 매우 복잡하고 큰 ASF 바이러스의 특성상 제대로 작용하는 백신을 만들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ASF 바이러스는 유전체가 커서 만드는 단백질이 많은데, 이에 따라 해당 바이러스의 특징적인 단백질을 찾아 타깃하는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면역시스템을 담당하는 세포를 감염시켜 파괴하는 ASF 바이러스의 특징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기업도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코미팜은 환경부와 함께 경구용 백신 개발하고 있다. 주사형 백신 실험도 진행 중이다. 특히 코미팜은 지난 13일 ASF 백신의 임상에서 방어율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주목받았다.
임상은 농가에서 사육하는 10주령 사육돼지 36마리를 대상으로 코미팜이 개발 중인 백신을 접종한 군과 접종하지 않은 군으로 나눠 야외에서 검출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돼지 체내에 주입시켜(공격접종) 질병 방어에 대한 실험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상실험 결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군은 공격접종 후 9~11일차에 100% 폐사했으나 백신을 접종한 군은 발열반응 없이 100% 생존했다. 부검 소견도 완전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대해 코미팜 관계자는 “해당 임상 결과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주사 백신에 대해 아직 실험해야 할 내용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진행단계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 왔다고 보시면 된다”라며 “11월쯤에 모돈 안전성 평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실험과 상용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ASF 바이러스는 그 위험성으로 인해 백신 개발을 위한 모든 실험이 특수동물실험시설(3등급 동물안전실험실)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해당 시설은 국내에 두곳 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북대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소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해당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1년에 1~2번 정도만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험의 제약 등으로 환경부 역시 ASF 백신 상용화까지 수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남은 백신 평가 검증 등을 위해 야외임상 필요성이 높은데,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야외임상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긍정적 전망도 있다. 최근 ASF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본원에 ASF 백신 실험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 올해 완공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ASF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계 14억 마리 양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더한다.
또한 코미팜은 바이러스의 현 등급인 생물안전등급 3등급을 2등급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이러스 자체는 3등급이지만, 2등급 시설에서 생산 중인 타 백신도 존재하는 만큼, 백신주의 안전성이 판단되면 2등급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미팜 관계자는 "2등급으로 등급이 낮아진다면, 실험 장소 제약이 덜해지는 만큼, 국내 실험의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SF바이러스는 저온에 강해 숙주인 돼지가 죽은 후에도 혈액, 대변 및 조직에서 계속 생존 가능하다. 혈액의 경우 냉장에서 18개월 이상, 햄과 같은 식육 제품에서도 6개월 이상 감염력이 유지되는 등 조리되거나 조리되지 않은 돼지고기 제품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활화를 위해서는 56℃에서 70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