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포트폴리오 다변화 강조
비은행 인수 성사 기대감 확대···현실화 시 그룹 위상과 기업가치 제고
금융지주 빅4 체제 내 업권 순위 및 지각변동 가능성 거론
과거 농협금융 회장 시절 비은행 부문 인수 통해 체질 개선 경험 주목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증권사 인수에 시동을 걸면서 업권 새판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비이자 수익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다 임 회장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 인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KB금융·신한·하나금융지주에 이어 '금융지주 빅4'로 분류되고 있지만 임 회장의 비은행 인수가 가시화되면 업권 순위의 지각변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중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만큼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위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증권사는 유안타증권과 한양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금융 포트폴리오에 증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협상에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제9대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식에서도 임 회장은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임 회장의 공개적 의사표명을 두고 사실상 비은행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임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금융그룹의 특성과 관련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금융그룹은 14개 자회사, 17개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계열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지주사의 필수 계열사로 꼽히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그렇다 보니 우리금융그룹의 실적이 우리은행에 의해 좌우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우리카드가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은행 업황이 나빠지면 언제든 실적이 꺾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신한·하나금융지주가 증권사와 보험으로 은행업 실적 변동을 보완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그룹 순익 기여도(지주 지분율 적용)는 83.9%에 육박한다. 60~70% 수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다.
증권업은 은행과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 이익이 늘어나 상호 보완 효과가 큰 업종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의 증권·보험사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현재의 위상과 기업가치가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저평가주로 분류된다. 18일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지 못한 곳은 우리금융지주(8조4892억원)가 유일하다. 이는 KB금융(19조7906억원), 신한지주(17조8051억원), 하나금융지주(12조4279억원)와 차이가 있다.
PBR 수치 비교만 해도 다른 경쟁 시중은행들과 대비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18일 종가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PBR은 0.30배 수준이다. KB금융지주(PBR 0.40배) 신한금융지주(PBR 0.39배), 하나금융지주(PBR 0.34배) 등 다른 금융지주 PBR을 밑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과거 지주사 회장 시절 비은행 부문 인수를 통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의 경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우리금융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던 성과가 있다"며 "이러한 배경으로 내부에서도 임 회장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