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도 보고서에도 대규모 순매수
제도권 불신 증권사가 자초했다는 평가
업계 위해선 개인 투자자 인식 변화 이끌 필요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에코프로의 미래 성장성이 높다며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측과 미래 실적 추정치 대비 현재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다는 측이 나뉜다. 전자는 주로 유튜브를 통해 후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통해 전파되는 양상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대개 증권사에 냉소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썼다는 것이 주된 요지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프로를 더 담아 공매도 세력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에코프로 수급에서도 나타나는데 에코프로가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11일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는 28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제도권에 대한 불신은 증권사가 자초한 면도 없지는 않다는 것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매도 보고서의 실종을 꼽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중에서 매도 의견 보고서는 6건(0.04%)에 불과했다. 투자은행(IB) 사업으로 연결되는 기업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솔직하지 못하다고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것이다.
선행매매와 같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일탈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사례다.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혐의는 연례행사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데 올해 역시 선행매매 이슈로 증권가가 시끌벅적했다. 투자자들의 이익이 아닌 회사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보고서가 나온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 셈이다.
이 밖에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미심쩍은 사례들도 불신을 높인다. 한 투자자의 사례를 예로 들면 A기업에 매우 긍정적인 보고서가 나와 주식을 매수했더니 며칠 후 악재성 유상증자 공시가 나왔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유증 전 주가를 띄우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의심을 샀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인식은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서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없는 시간 쪼개며 기업탐방에 나서고 사명감을 바탕으로 한자씩 글을 써 내려가는 애널리스트들이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수십 장에 이르는 산업 분석 보고서를 참고해 성공적인 투자를 일군 개인투자자들도 있다. 이들 입장에선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악의 축으로만 규정되는 것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에코프로 사례로 비친 개인 투자자들의 인식을 증권업계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에코프로의 기업가치와 적정주가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증권사를 불신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바라봐야 한다. 이들의 불쾌한 감정은 증권업계의 발전에도 부정적이다. 개인 투자자는 자본시장의 주요 축이자 증권사가가 모셔야 할 핵심 고객임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