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LS 부진으로 경쟁 은행 '맹추격'
국민은행, ELT 판매한도 가장 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증시 회복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이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ELS의 신탁형 상품인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한도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에 ELS 시장이 계속 호조를 보이면 국민은행이 ELT 판매를 통해 수수료수익을 다른 은행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ELS 원화·외화 발행액은 6조7500억원으로 작년 4분기의 4조4000억원보다 2조3500억원(53%) 늘었다. ELS 발행이 증가한 이유는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조기 상환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은행의 예금 금리가 연 4%대에서 2~3%대로 하락한 점도 ELS 발행 시장의 호재로 꼽힌다.
이에 시중은행의 신탁 경쟁 구도도 다시 국민은행 독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신탁사업은 자산관리(WM) 부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신탁 상품 가운데서 ELS를 담은 은행 신탁 상품인 ELT는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고객이 ELT에 가입하면 은행은 약 1% 가량의 수수료(신탁보수)를 받는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 ELT 조기상환이 늘어나는 동시에 신규 발행도 증가해 회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시중은행의 수수료이익은 불어난다. ELT 판매를 누가 더 많이 하느냐에 따라 시중은행의 신탁 실적도 갈린다.
그간 앞도적으로 실적 1위를 유지하던 국민은행이 작년에는 타 시중은행의 강한 추격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ELS 시장의 부진으로 신탁수수료이익(개별 기준)이 2142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2% 급감했다. 반면 3, 4위인 하나·우리은행은 오히려 실적이 늘었다. 이에 1위인 국민은행과 4위인 우리은행의 실적 격차도 약 18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나·우리은행이 작년 ELS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탁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신뢰 회복’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은행은 지난 2018년만 해도 2000억원 내외의 신탁수수료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온 사모펀드 사태로 문제가 된 2020년 실적이 크게 줄었다. 2021년 증시 호황 속에서도 실적은 사모펀드 사태 이전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충격이 잠잠해지면서 시장 부진 속에서도 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 ELS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면 국민은행의 이익이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ELT 판매 한도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자 각 시중은행의 ELT 판매 한도를 2019년 11월 말 기준으로 정해버렸다. 이에 국민은행이 13조원 가량으로 가장 큰 한도를 부여받았다. 이어 하나은행이 6조원 초반, 신한은행이 5조원 후반, 우리은행은 4조원 정도로 한 해 판매금액이 제한됐다.
시중은행은 올해 비이자이익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처지다. 시중금리가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 추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중은행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이 거셌던 만큼 은행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작년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국민은행도 작년 비이자이익이 절반 넘게 빠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엔 시장 부진으로 신탁 실적이 줄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라며 “특히 ELT 고정 수요층이 꽤 크기에 증시가 다시 부진하지 않는 이상 신탁 실적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