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에 금리 하락 겹치며 '꿈틀'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부동산 대출 규제가 풀린 상황에 치솟았던 은행 대출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다시 늘었다.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게 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 다. 지난달 초(3월 3일)와 비교해 하단 금리가 0.770%포인트 급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19%포인트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시장 금리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 하락에 속도가 붙은 것은 단순히 지표금리 흐름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와 여론에 '돈 잔치' 비난 뭇매를 맞은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가산금리를 0.3%p 안팎으로 스스로 낮췄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의 하락 폭(0.770%p)은 지표금리(은행채 5년물·0.619%p)보다 0.151%p 크다. 신용대출 하단의 낙폭(0.740%p)은 지표금리(은행채 1년물·0.411%p)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지난달 초 대비 0.740%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지표금리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3.820%→3.530%)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지난해 5∼6%에 이르던 은행 대출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잔액 800조8000억원)은 2월 말보다 2조3000억원 늘었다.
앞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1월(-3000억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 뒷걸음쳤지만,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000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약 4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처럼 낮아진 금리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각에선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도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생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며 긴축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