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보상금 500억원·전용 84㎡ 2채 요구 수용했지만
전광훈 목사 이주 약속 번복···조합·시공사에 임시 거처 요구
손해 우려 커지자 교회 제척 후 재개발 사업 진행 하기로
“사업 지연 불가피···교회 부지 방치 시 아파트 가치 하락 우려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이 전광훈 목사의 교회로 알려진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개발 보상금 500억원 등 여러 요구를 들어줬지만 최근 교회 측이 이주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교회 요구를 계속 들어준다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회를 제척하면서 장위 10구역은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만 사업 지연과 추가 분담금 증가 등 난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장위10구역 조합은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만간 조합총회를 개최해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현재 장위10구역엔 교회 건물만 남아있는 상태다. 조합원들은 이미 철거·이주를 마쳤다.

조합과 교회는 재개발 보상금 문제로 수년간 갈등을 빚었다. 조합은 당초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평가한 금액 82억을 지급하려 했으나 교회는 563억원을 요구하며 맞섰다. 조합이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교회 측의 극렬한 저항으로 6차례 진행된 명도집행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장위10구역 재개발구역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 문제로 철거에 반발하고 있다. / 사진=길해성 기자
장위10구역 재개발구역 내 사랑제일교회 / 사진=시사저널e DB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자 조합은 결국 교회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총회에서 보상금 5000억원과 대토 부지 730평을 교회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교회는 대토 부지가 현재 교회 부지(813평)보다 줄었다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전용면적 84㎡ 2채를 사택 용도로 요구했다. 조합은 추가 요구를 받아들였고 교회는 이달 이주를 약속했다. 조합은 당초 교회 부지를 제외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교회가 사업지 한가운데 위치한데다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장위10구역엔 다시 비상이 걸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교인들을 위한 임시거처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교회는 인근 공공재개발 사업지인 장위8구역 내 180억원 짜리 사우나 건물을 매입하려고 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예배를 볼 곳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성북구청에 사우나 건물과 주차장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했다. 재개발 예정지 내 부동산을 거래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북구청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장위8구역은 몇 년 안에 이주·철거가 시행될 예정인데 교회 대토로 쓰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후 교회는 성북구가 건물매입을 불허한 만큼 조합이나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임시 거처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조합은 더 이상 교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교회를 옮기기 위해 추가 협상을 하느니 정비계획을 바꿔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회 측이 합의 번복을 일삼았고 요구를 계속 들어주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교회가 다시 조합과 시공사를 끌어들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개천절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불법·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1월 2일 저녁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 사진=연합뉴스

조합은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난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정비계획 변경으로 인한 사업 지연과 조합 추가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하다. 교회를 빼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비계획 수정부터 인허가 절차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기존 사항을 수정하는 수준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1~2년은 추가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 조합이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회를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할 경우 손실 금액은 910억원으로 추정됐다. 공사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액 680억원, 개발 면적 축소로 인한 손실액 230억원이 포함됐다. 여기에 500억원 보상금 지급 협상을 이끌었던 장순영 장위10구역 조합장은 최근 “피가 마르는 고통을 느꼈다”며 사퇴했다.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차기 조합장 선출을 준비 중이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장위10구역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음에도 교회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표류해 왔다”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재개발 사업 최대 걸림돌이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사업 지연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조합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또한 현재 부지에 남아있다면 향후 재개발 완료 이후에도 교회가 현재 부지에 계속 남아있다면 분양은 물론 아파트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조합의 강수로 인해 교회도 상황이 난처해졌다. 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을 진행하면 교회는 보상금 명목으로 법원에 맡겼던 공탁금 85억원을 조합에 돌려줘야 한다. 추가 보상금 또한 사라진다. 교회 측은 1억원의 가압류 잔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 성북구청에서 불법 증축 등으로 부과한 강제 이행금 등이 빠져나갔고 교회도 27억9800만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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