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1조 넘게 증가···전월 대비 198억원 증가
수수료율 18%대 높은 수준 유지···당국정책 실효성 도마위
햇살론 등 중금리 정책 대출 상품 확대, 대환대출 플랫폼 효과 기대
"서민금융정책 본연 목적 달성 위해 상품 확대 및 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드사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이월 잔액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년 만에 1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설상가상 수수료율까지 1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월별 수수료율 공시와 리볼빙 설명 의무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햇살론 등 중금리 정책 대출 상품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금융당국이 다음달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 7곳(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지난 2월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2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98억원 증가한 규모다. 리볼빙 잔액 증가세는 지난해 12월 516억원, 1월 73억원으로 점차 둔화해왔지만 이번 2월 증가 폭에서는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신용카드 할부금의 일부만 상환하면 남은 금액은 다음 납부일에 지불하는 상품이다. 이번 달 카드값의 10%만 카드사에 지급하고 나머지 90%는 다음 달 결제일로 이월하는 식이다. 카드결제대금 여력이 없는 취약차주들이 연체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제는 리볼빙 수수료율이 법정 최고금리(20%)에 가까운 연 18%대를 넘는다는 점이다.
카드사 중에서는 우리카드가 18.48%로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보였다. 특히 우리카드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7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높은 리볼빙 수수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롯데카드 17.80%, 현대카드 17.47%, KB국민카드가 17.36%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는 15.59%로 가장 낮은 수수료율을 기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리볼빙 수수료율 공시 주기를 분기에서 월별로 바꾸는 등 리볼빙 수수료율 인하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에 같은 해 7~9월 카드사들은 일시적으로 리볼빙 수수료율을 낮추기도 했지만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리볼빙 수수료율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4.19~18.19% 수준이었던 반면 올 2월에는 15.59~18.48%로 상·하단 모두 올랐다.
매달 리볼빙 수수료율을 공개하는 제도로는 수수료율 인하를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전격 시행된 리볼빙 서비스 설명 의무화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리볼빙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용자 신용평점 하락과 연체 위험도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해결책으로 햇살론 등 중금리 정책 대출 상품의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에 금융당국은 '햇살론'과 같은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조달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급액만 9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중금리 대출이 늘면서 자금공급에 기여했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모두 지난해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인 25% 이상을 달성했다. 2금융권을 포함한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는 2021년 2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2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출시하는 '대환대출 인프라'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가 완성되면 은행을 비롯한 보험사, 저축은행, 카드사 등 53곳 금융사의 신용대출을 지점 방문 없이 비교할 수 있고 대면 과정 없이 신청 뿐만 아니라 승인, 실행까지 전 과정에 한번에 진행할 수 있다. 금융사의 금리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실행 간편화로 국민의 이자 부담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볼빙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다 채우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다른 상품보다 금리가 빠르게 인하되지 않는다"며 "서민금융정책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품 확대와 함께 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