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실체스터, LG 지분 끌어올리고 보유 목적을 경영에 영향 미칠 수 있는 ‘일반투자’로 설정
구광모 회장과 모친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 감안할 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

구광모 LG회장. / 사진=시사저널e 자료사진
구광모 LG회장. / 편집=디자이너 김은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구광모 LG회장과 모친, 여동생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LG그룹의 지분 변화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가 지분을 늘리며 3대 주주로 등극했는데 투자목적도 ‘단순투자’가 아니라, 적극 주주활동이 가능한 ‘일반투자’이기 때문이다. 5% 이상 지분을 든 이들이 향후 LG가의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영국의 행동주의펀드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이하 실체스터)는 최근 LG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5.02%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상장법인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이를 투자자들이 알 수 있게끔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로써 실체스터는 구광모 회장(15.95%), 국민연금(6.83%)에 이어 LG의 3대 주주로 떠올랐다. 지분율보다도 더 주목되는 것은 실체스터의 주식 보유 목적이다.

투자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나뉜다. 단순투자는 단어 그대로 경영 참여의사 없이 단순히 투자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주식 투자자들과 주식 보유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가장 높은 단계의 투자형태인 ‘경영참여’만큼은 아니지만 임원의 선임 및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에 실체스터가 밝힌 투자목적은 이 중 ‘일반투자‘다. 일반적으로 투자목적이 일반투자인 경우 주주권 행사를 통해 회사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한국타이어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을 때에도 재계에선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관심을 갖기도 했다.

실체스터의 지분확보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LG의 상황 때문이다. LG는 현재 구광모 회장이 모친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쪽 모두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미국계 컨설팅업계 임원은 “행동주의펀드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회사 상황을 정확히 알고 지분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면서 “특히 LG는 지분구조로 볼 때 향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상당히 주목되는 기업”이라고 전했다.

보통 기업들은 가족 등 특수관계인들의 합산 지분율로 외부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경영권 분쟁이 있는 경우 가족들이 똘똘 뭉쳐 경영권 방어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현재 LG㈜ 지분구조를 보면 구광모 회장이 15.95%로 가장 많고 이에 맞서는 김영식 여사는 4.2%, 구연경 대표는 2.92%, 구연수씨는 0.7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경영권 분쟁 소송 결과 및 외부세력이 변수로 작용할 경우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한진칼 사례는 행동주의펀드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와 손잡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표대결을 벌인 바 있다. 한 때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힘을 합치게 되면 조 회장이 연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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