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앞서 기은과도 3년 계약···케뱅과 6월 종료 관측
케뱅, 계약 연장 실패시 수신액·수수료수익 '타격' 전망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비트코인이 3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다시 상승세를 타지만 케이뱅크는 웃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케이뱅크는 그간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계좌 제휴를 맺고 예금을 대규모로 확보하고 수수료이익도 많이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거래 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업비트가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새 거래 은행을 구한다면 케이뱅크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3만달러(약 3970만원)를 넘어섰다. 3만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부진을 씻고 올해 들어서 80%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은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물가·고용 관련 지표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좌계약을 맺은 은행들은 호재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거래를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코인원과 계약했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신한은행, 농협은행이 각각 코빗, 빗썸 고객에게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지방은행 중에선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거래 중이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주 연령층이 20~30대인 것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들이 특히 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은행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비트와 거래 계약기간 종료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두 기업 간 거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3년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계약한 IBK기업은행과 3년 동안 거래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지난 2017년 10월 기업은행과 계약서에 사인을 한 후 약 2020년 7월에 케이뱅크로 거래처를 바꿨다. 이를 고려하면 케이뱅크도 올해 6월로 계약이 끝날 수 있단 의미다.  

업비트는 최근 계좌 발급 은행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021년에 우리금융지주에 1% 지분 투자를 한 것도 우리은행과 계약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우세했다. 케이뱅크와 거래 기간이 종료되면 계좌 발급 은행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유지하려고 한다. 거래 은행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금세탁을 감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이 거래 은행을 추가해주지 않으면 새 은행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거래로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서버 장애 문제 때문이다. 업비트의 거래량이 워낙 많다보니 케이뱅크의 전산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21년 12월 4일 3시간 동안 이어진 전산장애로 업비트는 약 10억원의 수수료수익을 손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에도 케이뱅크의 은행 앱의 전산장애가 발생해 입출금 거래가 중단된 바 있다. 

업비트가 다수의 은행과 동시에 계약을 맺거나 거래 은행을 아예 교체하면 케이뱅크는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는 그간 업비트와 계약으로 이자를 거의 지불하지 않는 저원가성예금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었다. 거래가 종료되면 수신액 규모 감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물론 케이뱅크는 작년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개인 예수금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업비트와 관련된 기업자유예금은 여전히 3조원이 넘는다. 

수수료수익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케이뱅크는 비이자수익 가운데 대부분이 업비트 계좌 발급으로 받는 수수료수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업비트를 통해 약 387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2020년 9억3200만원, 2021년 292억4500만원, 2022년 상반기 86억18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2021년 케이뱅크가 한 해 거둔 총 수수료수익이 44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65%를 업비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와 계좌 발급 계약 기간은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계약과 상관 없이 좋은 상품을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케이뱅크·윤영덕 의원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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