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테슬라 판매 1303대로 전년대비 51% 줄어
현대차그룹 및 수입차 브랜드 전기 신차 출시 영향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현대차 전기차 출고 빨라진 점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테슬라코리아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역대급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테슬라는 한 때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했으나,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수입차 브랜드들이 연이어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면서 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과 현대차 전기차 출고가 빨라진 점, 테슬라가 가격을 시도 때도 없이 바꾸면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테슬라코리아 판매는 1303대로 전년대비 51.8% 감소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만4571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18.3% 줄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판매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판매가 감소한 것과 관련해 공급 문제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테슬라 모델은 계약하고 즉시 출고가 가능하거나 대부분 2~3개월 내 출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차량 출고 후 대기기간이 1~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선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중국 등 다른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테슬라는 올해 미국에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1분기 42만2875대를 인도해 작년보다 3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한국 시장 부진은 우선 현대차그룹 신형 전기차 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2020년 1만1826대를 판매해, 전체 전기차(4만6677대) 시장의 25%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엔 1만7828대로 전기차(10만402대) 시장의 17%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1년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출시된 해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5는 2만2603대, EV6는 1만888대를 판매했다.

이어 지난해엔 전기차 시장이 16만대 수준까지 커진데 비해 테슬라는 1만4571대로 판매량이 더 떨어지며 점유율은 8%대로 주저앉았다.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 폴스타, 포르쉐, 볼보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전기차를 확대하면서 테슬라 자리를 위협했다. 벤츠는 EQA, EQB, EQE, EQS에 이어 올해에는 EQS SUV, EQE SUV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 BMW도 iX, i4, i3, i7과 더불어 올해 iX1과 5시리즈 전기차 i5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e-트론을, 폴스타는 폴스타3, 포르쉐는 타이칸, 볼보는 C40리차지와 XC40리차지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테슬라 제외)는 2만3202대로 2021년(6340대)에 비해 4배 가까이 커졌다. 올 1분기에도 3551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37% 성장했다.

경쟁모델 출시 뿐 아니라, 보조금 차이도 영향이 있다. 서울시 기준 테슬라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보조금과 지자체보조금을 포함해 328만원이다.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5는 825만~860만원, 아이오닉6는 860만원, EV6도 860만원을 지원받는다. 보조금에서만 500만원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면서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을 이전 5500만원에서 5700만원으로 올렸다. 5700만~8500만원은 50%, 8500만원을 넘기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테슬라 차량 가격은 가장 저렴한 모델3도 5990만원에 달한다.

아울러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완화되면서 현대차그룹 전기차 출고가 빨라진 점도 테슬라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아이오닉5, EV6 등 현대차그룹 인기 전기차는 출고까지 1년에서 1년 6개월 가까이 걸렸는데, 올해 들어 출고난이 해소되면서 대기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달 기준 아이오닉5는 6개월, 아이오닉6는 2개월, EV6도 6개월이면 차량을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예전엔 현대차그룹 전기차 출고를 기다리지 못해 테슬라나 다른 브랜드로 넘어갔던 고객들이 최근에는 빨라진 출고에 현대차그룹 전기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테슬라는 ‘얼리어댑터(새로운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매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판매가 늘었는데, 최근 전기차들이 늘어나면서 테슬라 붐도 빠르게 식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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