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소부장 기업 상생 강화 ‘한목소리’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 같은 칩 메이커의 노력만으로는 기술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혁신하고 협업할 때 극복이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은 협력사 한 축이 무너지면 기술이 진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 경쟁은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간 경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박진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상생협력센터 상무는 1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ICT밸리에서 열린 ‘2023 용인 반도체 컨퍼런스’에서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간 상생을 도모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찬 SK하이닉스 부사장도 ‘DBL 기반의 상생협력’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상생 노력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상생 전담조직을 구성했고, 2017년에는 DS부문에 상생협력센터를 신설했다. 회사는 자금, 혁신, 정서 등 지원을 통해 파트너십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설비투자 및 운전자금 소요가 있는 협력사가 은행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감면하고 있다. 또 8000억원의 물대지원펀드를 만들어 협력사가 하위 협력사의 물품대급 지급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로 대출 지원한다.
개발·제조·품질·구매·영업 등 8개 분야에 대한 컨설팅도 지원한다. 삼성전자 사업장 내에 상주하는 협력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 안전을 제고하는 활동으로 정서 지원도 하고 있다.
박 상무는 “삼성전자의 최종 지향점은 세계 제일의 초일류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혼자서는 진정한 성장을 이루고 세계 패권을 차지할 수 없다. 강소(强小)기업이 강대(强大) 기업이 될 때까지 삼성전자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와 동반 성장 차원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추진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가치로 2018년에 명문화됐다.
이 부사장은 “일시적 행복은 금방 찾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행복은 모두가 같이 이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DBL을 회사 철학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상생 협력을 위해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매년 선발한다. 1년에 약 3개사를 선정해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 및 자금 지원 등 유무형의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기술혁신기업 선정 뒤에 매출이 1.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술을 조기 상용화하고 매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다.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용인에 4개 공장과 50여개 소부장 기업이 들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2027년 1분기에 준공될 예정”이라며 “클러스터 내에는 상생협력센터가 들어서 소부장 기업 육성과 인재 양성이 이뤄진다. 용인 클러스터에서 상생 협력 고도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