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후 매출 3000억원대 정체 상태···중국법인과 놀텍, 백신 치중된 단순구조
코로나 치료제 수사 결론 안 나와···업계 “고매출 품목, 전문약 중심 늘려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일양약품 오너 3세 정유석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발탁됐다. 일부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정체 상태인 일양약품 매출을 끌어올릴 전문의약품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최근 김동연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정유석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오는 2025년 3월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 부사장의 사장 승진과 특히 대표 발탁은 의외였다는 평가다. 일양약품 내부에서도 관련 하마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 승계구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2년 후로 미루기보다는 정 부사장을 이번에 대표로 임명, 전문경영인과 책임경영을 하는 방안을 오너그룹이 구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1976년생인 정 대표는 일양약품 창업주 고(故) 위제 정형식 명예회장 장손이자 정도언 회장 장남이다.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 담당 과장으로 입사, 재경과 해외사업 등 사업부문을 거친 후 2012년 해외사업 마케팅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2014년 전무를 달았다. 2018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일양약품 내부에서는 김 대표와 정 대표 업무 구분과 향후 경영혁신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사실상 마무리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각 제약사들이 영업에 주력할 시점이 됐다”며 “일양약품 경영진도 정 대표가 회사 얼굴을 맡아 일선에서 직원들을 지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 대표가 주력할 현안은 매출증대로 분석된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일양약품 지난해 매출은 3838억원으로 전년대비 3.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404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경영실적이 정체 상태로 분석된다”며 “지난 2018년 3000억원에 진입한 후 연매출이 4000억원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일양약품 매출구조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른 제약사에 비해 단순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기준, 중국 현지법인 양주일양 매출이 956억원으로 전체 24.9%를 점유했다. 역시 중국법인 통화일양은 404억원을 올려 10.5%를 차지했다. 중국법인이 전체 매출 1/3을 넘는 구조다. 국내 대형 제약사나 중견 제약사가 주력하는 전문약 매출은 1059억원으로 27.6%를 차지한다. 전문약 매출도 ‘놀텍’이나 독감백신에 치중돼있다. 놀텍은 지난해 392억원 매출을 올렸다. 독감백신 연매출은 300억원대로 파악된다.
일양약품은 국산개발신약 놀텍과 4가독감백신 판매를 강조한다. 실제 3세대 위궤양 치료제 놀텍은 지난 2018년부터 현지 제약사 ‘치노인사’를 통해 멕시코를 중심으로 중남미 지역 수출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NSAID 병용 임상 1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생산을 개시한 독감백신 역시 수년 전부터 4가로 제조를 단일화한 후 매출이 증가세를 보인다. 고품질 고효율 유정란을 원료로 최첨단 생산설비를 통해 제조한 백신이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됐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놀텍과 독감백신을 제외하면 매출이 높은 전문약 블록버스터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체적으로 특정 법인과 품목 매출이 높은 단순한 구조인데 전문약은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놀텍과 ‘슈펙트’가 우수 의약품인 것은 알고 있지만 특정 품목에 치우친 구조를 유지한다면 매출증대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일양약품이 놀텍과 독감백신, 슈펙트에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라며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품목군을 전문약을 중심으로 늘려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신약 개발이 어렵고 시간이 소요된다면 다른 제약사와 코프로모션 등 전문약 매출을 올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악재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연구 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띄운 혐의로 지난해부터 경찰 수사를 받았다. 현재는 수사 결과 통보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최근에는 모 영업부장이 부하 직원을 공개적으로 혼낸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일양약품의 지난해 말 기준 순부채가 250억원으로 전년대비 감소했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9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유동성이 호전된 점은 긍정적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정 대표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양약품이 과거부터 내려온 일반의약품 기반 구조를 유지한 것도 다양한 전문약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판단된다”며 “정 대표가 향후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